열하일기를 읽고 열하일기

열하일기를 읽고......
작가 : 유금호
출판사 : 한림원
연암 박지원, 그는 어쩌면 철저히 주변부 인생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기억되는 몇 안 되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평생 학문에 적을 두긴 했으나 당시 주를 이루던 주자학과는 거리를 두었으며 높은 벼슬을 한 것도 아닌 그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까닭은 아마도 실학이라는 시대적 흐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박제가, 정약용 등과 함께 거론되는 그이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에 그는 철저히 아웃사이더였던 것 같다. 그의 열하일기는 당시에는 보수세력에 의해 철저히 배척당했다. 그 문체로 인하여, 그 내용으로 인하여…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서자??라는 신분으로 인하여 중심에 설 수 없었던 인물이다. 이 책은 박지원의 삶만을 되돌아보는 단순한 글이 아니다. 조선 시대 변두리 인생을 살았던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라…(생략)

겠다. 하지만 그는 학문에의 깊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벼슬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는 당시의 뿌리 깊은 당파싸움, 중심적인 학풍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성향을 보다 심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저자는 다소 혼란스러운(?) 인물인 무불 스님과 여진족 여인인 유사사를 등장시킨다. 실질적인 생활에 필요한 오리 사냥법이나 약제 조제법 등을 익히면서 박지원은 지금까지 선비들이 집착해오던 학문은 진실된 의미의 학문일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의 청나라 방문의 경험은, 당시 청나라에서 실질적인 삶에 이용되던 기술들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열하일기를 가능케 한다. 또한 훗날 그로 하여금 우리나라 특유의 환경에 걸맞는 농기술을 집약해 한 권의 책으로 편찬하는 작업을 하도록 만든다.

문체 곳곳에서 묻어나는 박지원의 호탕함이나 선비다운 기질을 살려주면서도 동시에 그가 꿈꾸던 현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학문에 대한 열망 역시 드러내주는 표현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최근 박지원의 학문에 대해 새로운 해석들이 시도되는 만큼, 그의 삶을 다룬 이 책 역시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