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함양박씨전을 읽고나서 열녀함양박씨전 비판

개가는 출가한 여자가 이별하거나 망부로 인해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일을 일컫는 말로 흔히 재가라고 부른다. 재가는 주자학의 도입 전에는 금지하지 않고 남녀 모두에게 자유롭게 기회를 주었으나 철저히 남자 중심의 유교적 도덕관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 이후에는 사대부집 과부의 수절이 사회적으로 강요되었고 1477년부터는 부녀자의 재가가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
박지원은 안의현감에 재직하던 때 즉 1793년 이후에 열녀함양박씨전을 썼다. 1477년부터 부녀자의 재가가 금지된 것을 감안한다면 그로부터 316년이 흘렀으므로 국법으로 이미 지정이 되어있고 이에 따라 무력과 공권력행사에 사람들은 재가를 ‘선택’의 개념이 아닌 필수적으로 ‘금지’의 개념으로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열녀함양박씨전에서 제나라 사람이 말한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와 ‘개가녀의 자손에…(생략)

인 풍속으로 인하여 여인들의 애절하고 비극적인 삶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너희들은 과부의 자식이다. 과부의 자식이 과부를 논할 수 있겠니?’하는 대목에서는 이 말을 하는 어머니도 과부의 입장으로서 사회적인 냉대와 비판을 받고 서러움에 못 이겨 살아가는데 소문으로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과부인 여성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다. 더군다나 ‘함양과부는 소생했느냐? 이미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열녀로다! 이 사람이여.’에서 보면 과부가 되어 죽지 않고 조용히 절개를 지키며 인내와 끈기로 여성의 욕망도 억누른 채 살아간 과부는 진정한 열녀로 보지 않고 죽음으로서 그 뜻을 보여줄 때만이 열녀로 칭하는 당시의 풍속을 이 대목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아전의 말로써 이어진 박씨녀의 이야기에서 그녀는 당시의 여자로서 선택의 기회였던 결혼을 당시의 시대상에 걸 맞는 여성처럼 행동하기 위해 처음 정했던 사람과 했고 술증이 본래 병이 있어 성례한지 반면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죽자 초상을 치르고 시부모를 섬기다가 남편의 대상 날에 약을 먹고 죽었다. 박씨녀가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누려보고 죽었는가? 적어도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대접받고 죽었는가? 대답은 전혀 아니다. 선택이라는 이름에 씌워진 결혼은 제도화된 규범의 굴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고 대상 날에 약을 먹고 생명을 잃은 것은 과부가 젊어서 오래 살게 되면 친척들뿐만 아니라 이웃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다시 말하면 ‘그녀’를 위한 삶이 아니라 모두 ‘남의 시선’을 위한 삶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국법의 부당성을 밝히고 구체적으로 과부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리운 생각은 한적하고 외로운데서 생겨나고 외롭게 처하여 마음이 아프고 슬픈 것이 지극한 자이니 혈기가 왕성해지면 과부라고 어찌 정욕이 없겠느냐.’라면서 상세하게 독수공방의 슬픔과 더디게 지나가는 밤의 길이, 모습을 그려냈다. 이전에는 이야기조차 하지 않았던 틀에 박혀진 여성의 성역할과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정욕의 문제를 드러냄으로서 사회통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재가금지가 열녀를 낳았고 열녀는 자결을 낳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확대되어 왔던 폐란을 여성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상황으로 서술하여 열녀라는 이름으로 과부를 내몰기 보다는 같은 인간으로서 남편이 죽은 이후의 인생을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