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역사란 무엇인가 독후감>
`역사란 무엇인가?` 이 거창한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란 `옛날 이야기` 또는 `과거의 사실` 정도가 고작일 수도 있다.
물론 E.H Carr가 그의 책 ‘역사란 무엇인가’ 를 통해 그 유명한 명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라고 정의를 내린 것 정도는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 다시 역사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는가는 너무 거창한 주제일 수 있다. 그것도 아직 고등학생인 아네엔 너무나 광범위한 질문인 것 같다.
"우리가 역사에 대한 정의로 가장 많이 말하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정의가 바로 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제 1장에 나온다. 카의 이러한 역사의 정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현재는 카가 이러한 정의를 내렸던 1960년대 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대기적…(생략)

러한 진보를 과거와 현재 사이의 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으로 설정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역사이론에 따르면, 과거를 역사로 만드는 것은 과학적 연구가 아니라 역사가의 담론이기 때문에 역사와 문학사이의 장르의 구별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는 이성 능력의 확대를 통해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전인자의 조작을 통해서 인간의 자연적인 부분까지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문명사적 역사의식을 심화시키는 것이 절실한 상황에서 문명사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 카의 역사관이 얼마만큼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새롭게 반성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카의 역사관을 이제는 낡은 무가치한 것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현실을 규정하는 새로운 문제들과 함께 카의 역사의 정의를 재음미해 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카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서의 역사의 참 의미였다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거를 역사로 만드는 것은 객관적인 과학이 아니라 역사가의 담론이다. 즉 역사가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를 통해서 역사를 만드는 장인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사가에 의해 주도되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가 과연 진정한 대화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화의 주체는 언제나 현재의 역사가일 뿐이고 과거의 사실을 대변해야 할 과거인들에게는 발언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과거인들이 함께 공유했던, 흔히 `망탈리테`로 일컬어지는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라는 것은 무의미하며, 이 같은 맥락에서 카의 정의를 수정해서 `역사란 과거의 문화와 현재의 문화 사이의 대화`라고 재정의한다.
사회과학적 개념이나 이론을 매개로 한 과거인과의 대화는 한계를 가지게 마련.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과 이론은 현재적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분석 도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인들과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당시 그들이 삶 속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의 코드를 결정했던 그들 삶의 의미체계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선 무렵에 방영된 텔레비전 사극 `용의 눈물`이나 최근에 끝난 `허준`의 높은 시청률이 역사에 대한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잘 보여주고 사례라는 것.
과학으로서 역사는 그런 드라마 속의 허구를 문제삼지만 대중이 역사에서 원하는 것은 역사학이 추구하는 것과 같은 과거에 대한 객관적 지식이 아니라 현재적 삶을 반성하고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침 곧 역사적 교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대학 안의 역사학은 쇠퇴하지만 대중문화 속의 역사 곧 `역사문화`는 뜨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서 그는 역사학의 위기에 직면해서 역사가들이 중요하게 던져야 할 질문은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라고 강조한다.
역사가로서 사마천의 위대함은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불행을 역사의 문제로 승화시킴으로써 그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역사를 썼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한무제에게 직언을 하다가 궁형을 당하는 운명을 맞이해서 천도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체험한 사마천이 탐구했던 것은 정의롭지 않은 역사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백이와 숙제는 굶어 죽었고, 공자가 가장 아꼈던 제자 안회도 일찍 죽음으로써 공자로 하여금 하늘을 원망하게 했다. 사마천이 경험한 역사는 거의 언제나 승자의 역사였다.
그렇다면 그런 역사를 연구해서 쓴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이 화두를 풀기 위해 사마천은 치욕을 인내하며 사기를 썼다.
사마천의 궁극적인 대답은 역사는 정의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각자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학의 위기에 대해서도 발언한다.
"역사학 위기의 근본원인은 과학으로서 역사라는 역사학자 스스로가 만든 원칙을 부수고자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들이 더 이상 역사에 대한 열정과 고뇌로 역사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책에서 니체의 말을 빌어 역설했다.
"역사가는 과학적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의 문제를 고뇌하기 위해 역사를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생을 살아가는 지도를 구하기 위해 역사를 연구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는 역사가는 한 때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마음을 열어 주는 101 가지 이야기`의 서두에 나와 있는 글귀처럼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신념을 갖고 역사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과학자가 보는 세계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역사가가 보는 세계는 이야기로 꽉 찬 세계이다.
그래서 역사가가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각오로 역사를 써야 한다는 것.
"요컨대 역사가는 이야기로 세계를 구성하는 소명을 자진 자입니다. 역사가가 이와 같은 소명을 망각했기 때문에 역사학의 위기가 도래했습니다. 따라서 역사가가 이 소명을 다시 가질 때, 역사학의 위기는 없습니다."
그는 오늘날 역사학의 위기가 일차적으로 전문 역사학이 역사의 대중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면, 그 위기 극복의 방안 중의 하나가 바로 역사와 영화의 만남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오늘날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구현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와 역사의 만남은 역사가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영상시대이기에 문자시대의 산물인 역사학은 근본적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학사를 보면 역사학의 위기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상문화가 판을 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역사학의 위기는 이전 역사학의 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매우 심각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 그의 주장에 귀 기울이면 이제부터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별로 없었던 나에게 전환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였다. 역사라는 것을 알고보니 흥미도 많이 느꼈고 역사에 관한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