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전

양반전
이 책을 읽기 전 양반에 대한 내 생각은 왠지 대단하고, 훌륭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정선양반을 보면서 약간 생각이 달라진 듯 싶기도 하다.
과거를 치뤄서 관직에 오르고 관직에 오른 후에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리는 것이 양반이 할 일이라면 우선 자신의 집안부터 제대로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가장으로서 경제 능력이 없어 가족들을 굶기고 한번 두번 관아에서 꾸어먹는 곡식이 산더미로 불어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과연 우리가 훌륭하다고 하는 양반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물론 그때 시대상으로 양반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글 이외 딴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테지만, 정선양반처럼 천석이 없어 쩔쩔매고만 있는 무능력한 모습이 정말 우습지 않은가.
그런데 때맞추어 한 서민부자가 자신이 천 석을 갚겠으니 대신 양반이라는 신분…(생략)

란 것을 이렇게까지 하면서 해야하는 것인지 이해도 안 갔다. 내가 이런데 이런 현실에 직면한 서민 부자는 오죽했을까. 하나 하나 열거할수록 옛날 양반들은 어떻게 이러면서 살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에 양반을 포기하는 서민부자를 보면서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했다. 건실히 살아가는 서민 부자에게 양반에 대한 이런 터무니 없는 동경을 만든게 신분제도 때문이라는 생각에 화도 나고, 신분제도가 내가 사는 이 시대에는 없다는 게 고맙고 다행일 뿐이다. 아니 당연한 것일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누구나 평등한 조건을 가지는 법인데, 신분으로서 사람을 차별한다는 것, 그리고 능력을 인정 못 받는다는 것은 안되는 일이다. 아무리 양반이라도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 마냥 양반이란 이름이 아무 소용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의 분수에 맞게 생활을 해야 하며, 정선양반처럼 이름만 양반으로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능력이 있고, 모든일에 최선을 다할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좋은 교훈을 배울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