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를 읽고나서 압록강은흐른다

압록강은 흐르다를 읽고
??압록강은 흐른다??는 다른 책들이 부러워할만한 자랑스러운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독일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 압록강은 흐른다는..?? 내가 읽은 책에서도 소개하는 글의 첫머리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독어로 쓰여졌고 독일교과서에 실렸다가 한국어로 출판되었다는 일련의 과정이 대단하기는 하기에 이렇게 고인이 돌아가신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 되나보다.
하지만 무작정 그것을 자랑스럽고 기쁘게 받아들이기 전에 압록강이 흐른다가 독일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작품성은 있는 걸까?
혹여 영화 오아시스처럼 선진문화가 인정했다고 해서 필독도서로 지정되고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아닐까?
읽어본 결과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제목처럼 강이 흐르듯이 담담히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을 보고있노라면 강을 쳐다볼 때가…(생략)

는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그 어려운 의과학교 진학에 성공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일본이 우리나라의 자치권을 빼앗고 강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서양 문화에 우호적이고 일본을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도와줄 나라로 생각하고 있던 미륵도 마음을 바꿔 3.1 운동에 가담했다. 운동에 참여한 학생에게 제재조치가 내려지자 불안한 미륵은 한적한 시골로 내려갔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라앉힐 수 없어 미륵이 그렇게 오매불망 바라던 유럽으로 유학을 가기로 결심한다. 자상한 어머니의 격려를 뒤로 하고 유학길에 오른 그는 5년 뒤에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먼 독일에서 듣고 슬퍼한다.

한가지 드는 우스운 생각이 있다. 이 책을 우리 부모님이 읽으시면 절대 안된다는 거...
이미륵 작가의 학문에 대한 깊은 탐구와 노력을 느끼신다면 요즈음 매일 듣는 잔소리가 더 늘 것이기 때문이다.
?? 은혜야, 이 사람 좀 본받아라. 고생고생해서 타지에 나가서까지 공부해서 독일에서 박사학위까지 따구.. 학원 다니지 책도 많지, 넌 그 때보다 환경도 좋은데 어쩜 그러니???
안 들어도 뻔 하다.
하지만 이 책은 내게 그런 불안감을 안겨주면서도 내가 실망할까봐 배려도 해준다.
똑같이 싸웠는데도 고모의 아들은 감싸주고 자신만 호되게 야단치는 아버지를 원망했던 게 엊그제 인데 미륵이 철이 들자 술을 배우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그걸 보니 나도 조금만 지나면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철이 들 때가 있겠지. 하고 안심이 되었다.

압록강은 흐른다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값어치는 일제 시대 동안에 성장기를 보낸 미륵과 비교해서 2003년 현재 어른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기 위해 외롭고 험난할 유학도 감수하는 미륵의 그 열정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놀이 문화에 빠져 오히려 안 배우려고 발버둥치는 데 미륵의 이런 태도를 보자니 한없이 부끄러웠다.
시대와 부모님을 잘 만나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서도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사진으로 본 이미륵 박사는 아주 행복해 보였다. 독일 여자와 결혼하여 낳은 아들을 향해 웃고 있는 사진을 봤다. 머리색깔도 눈동자 색깔도 달랐지만 웃는 모습은 꼭 빼닮은 모습을 보니 내가 마치 이미륵박사의 어머니인냥 흐뭇했다.

한국의 정신력을 독일에 자랑한 이미륵박사. 나도 앞으로 가슴에 큰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다고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