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을 읽고 새의 선물을 읽고

새의 선물을 읽고
은희경의 첫번째 장편소설인「새의 선물」은 지난 연대 우리 사회를 실감나게 그린 세태소설이며, 환멸의 학습을 통해 인간의 성숙을 그린 뛰어난 성장소설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획득했다는 측면에서 90년대 우리 문학의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열두 살에 성장이 멈추어버렸다는 조숙한 소녀가 바라본 어른들의 삶은 어린애의 장난과도 같은 것이다. 이 소설은 영악한 화자가 때로는 어른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서 어른들의 세계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때로는 화자가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와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체념하는 데서 재미와 웃음을 느끼게 한다.
소설은1969년, 전라도 고창쯤 되는 곳에서 어머니를 잃은 조숙한 소녀가 외할머니와 이모, 삼촌 등과 한 집에서 살면서 겪는 자잘한 이야기에서 가끔은 아폴로가 달나라에 착륙했다는 이야기까지의 1년 동안의…(생략)

한 성찰이 가능한 소설의 모범을 보여주며, 혼돈 속 9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던져진 선물이다.
자신들의 나이에 걸맞는 세계에 우쭐해 하는 어른들에게 적당히 귀여운 꼬마아이로 포장한 `보여지는 나`와 그 이면의 자기 자신의 자아를 관조하는 `바라보는 나`의 두 모습을 두고 시종일관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작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학과 풍자의 진풍경을 연출케 한다.
그러나 한순간 신나게 웃고 나면 뭔가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하는 잔잔한 여운이 한동안 떠나지 않는것이, 바로 또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자 가장 큰 힘이 아닌가 한다.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새의 선물>은 환멸의 학습을 통한 인간 성숙을 그린 뛰어난 성장소설이자 지난 연대 우리 사회의 세태를 실감나게 그린 재미있는 세태소설이란 호평을 받는 작품이다. 인생의 희비극적 단면에 대한 절묘한 포착, 상식을 뒤집는 역설과 잠언의 적절한 구사, 일상적 경험을 형이상학적 인식으로까지 끌어올리는 치열한 탐구정신 등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90년대 우리 문학의 중요한 수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