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읽고 상속

그녀의 초기의 책은 지나친 활발함으로 우울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가는 재미있는 책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근간의 책들은 그 유쾌함은 약간 숨겨진체 씁쓸하게 웃어야 하는 종류의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녀의 초기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역시 알수 없는 불편함을 느껴야만 했던 것 같다. 나는 책을 읽는 것 만큼, 작가의 말을 읽는 것을 즐긴다. 소설에서 느낀점과 작가의 말에서 느낌과 비슷한 건 당연한 거지만 신기한것도 사실이다. 은희경씨와 양귀자씨가 특히 그랬는데, 개인적으로는 양귀자씨의 `모순` 작가의 말이 참 좋았다. 소설만큼의 감동이랄까. 아 ㅡ 이런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행복과 불행은 같은 질량으로 인생에 분배되어 있고 인간도 화합물이라 서로 다른 성향이 발란스를 맞추어야 하듯, 내가 좀 차가운 성향이 강해서인지 따듯함이 배어있는 글을 보면 대책없이 끌리는 경향이 있다. 좋은 책, 좋…(생략)

이 메아리처럼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그것은 어쩌면 그 어떤 인생도 항상 한 가지 길로만 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무서운 도깨비가 똥통에 빠지는 이야기처럼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은 언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것이기에. 대체로 상속에 실린 작품들은 쉽게 읽혔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크게 보편적 범주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었고 대부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심리를 차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읽히는만큼 놓치는 부분도 많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약간은 이분법적인 해석으로 느껴지는 소설집의 평이었지만 능숙한 연기와 미숙한 연기, 벌거벗겨진 순정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는 예의주시 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가운데서 나타나는 공통적 색채를 발견했을 때 그제서야 소설의 맛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