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봉순이언니

봉순이 언니
-공지영-
방학 시작과 동시에 나는 이모댁으로 방학을 보내러 왔다. 본 목적은 수학공부였지만 이모댁 책장에 있는 책들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수학 문제집을 마치고 약간의 시간이 생겼을 때 책장으로 달려가 책을 한 권 뽑아 들었다. MBC 느낌표(!) 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읽자고 방송하기도 했고 친구들이 재미있다기에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봉순이 언니」 였다.
책의 처음은 화자와 그의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작한다.
봉순이 언니의 인물 묘사가 나오기 전까지 나는 봉순이 언니라는 사람이 아담한 키에 짧은 단발머리, 뽀샤시한 피부, 굵게 쌍커풀진 커다란 눈처럼 예쁘장한 얼굴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다음부분에서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짧은 단발은 엉덩이까지 내려왔고 입술은 두텁고 얼굴은 군데군데 곰보자국이 있는 평범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조금 못생긴.. 그런 얼굴…(생략)

바람에 나도 정말 봉순이 언니가 그랬나- 의심했었다.
다섯달 쯤 지났을까 온몸이 멍 투성이인 봉순이 언니가 돌아왔다. 모두 놀랐고 나 역시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매우 놀랐다.
봉순이 언니는 아니나 다를까 세탁소 청년에게 얻어맞아 그 지경이 된 거였다.(뱃속엔 아이까지 들어있었다.) 아주머니와 실랑이 끝에 아이를 지웠을 땐 봉순이 언니의 기분이 어땠을지.. 아주 아주 슬플거라는 것 외엔 별 짐작이 가지 않았다.
봉순이 언니가 두 번째로 짱이 곁을 떠난건 아주머니의 맞선 주선이었다. 나는 그 남자와 봉순이 언니가 잘 되기를 간절히 빌었다.(왜냐하면 그 남자는 전 사람처럼 폭력을 휘두를 인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좋은 예감, 불행의 시작- 이라는 짱이의 말에 나는 너무 쉽게 넘어갔고 결국엔 이루어지고 말았다.
봉순이 언니도 전생에 무얼 잘못 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어이가 없었다. 이제 짱이와 봉순이 언니는 영영 헤어지고 말았다. 나는 아주머니가 다시 한번 봉순일 받아주기를 바랬지만 모든 게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책이 끝나갈 무렵 짱이가 봉순이 언니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외면했을땐 짱이가 너무나도 매정해 보였다. 제발 다음에 이런 만남이.. 기회가 생긴다면(불가능할까?) 그 땐 매정해지지 않고 따뜻하게 맞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