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을 읽고 야간비행

야간비행
`태풍은 아무것도 아니다.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그전에! 그것과 맞부딛치게 될 때에는 기가 막힌다!` 생땍쥐베리의 모든 소설들이 그렇듯이 내가 그의 소설들 중에서 가장 아끼는 `야간비행`도 비행과 여행 그리고 사막과 사막의 환상들이 나타난다. 비행기란 어찌 보면 인간의 자유에 관한 상징적인 표현물인 것 같다. 날 수 없기 때문에 날기를 열망하듯이 삶이란 결코 처음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그토록 사람들이 자유를 갈구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들의 도전과 그것을 이끌어 내는 관리자의 엄격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려움에 - 그것이 설마 죽음이라도 - 처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는 비장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관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관리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어서 관리자가 되려는 이도 읽어봄직 하다…(생략)

그는 보물과 같이 빽빽하게 쌓여 있는 별들 사이를 파비앵과 그의 동료밖에는 산 물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세계를 무작정 가고 있었다. 다시는 나올 수가 없을 보물 집에 갇혀 있는,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도시의 도둑들과 똑같은 처지였다. 차디찬 보석들 사이로 무한한 재화를 안았지만 사형 선고를 받은 몸으로 그들은 무작정 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야간 비행`이란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쩌면 가장 고독한 남자들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야간 우편 항로 조정사들의 어려운 현실과 도전의식, 그리고 죽음을 하루밤 전으로 맞먹는 일상의 대단함 등이, 마치 남자들의 진담인양 비쳐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남자들의 진심이 엄숙한 성당의 무거움으로 한동안 내 일상을 지배했다. 직업의식이라 그런것일까.. 읽으면서 비행사의 상사인 `리비에`의 철저한 비행의식을 강조하는 모습을 느끼면서 야멸차면서도 대단히 무서운 프로의식마져 느꼈다. 그는 부하직원들에게 정도 없는 인간으로 비쳐지게 함으로써 그들을 단련시킨다. 그 단련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결점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동료의 죽음을 앞두고도 평상심을 갖는 모습은 도저히 그냥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파비앵의 별들 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죽음의 광경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환상적인 세계로 안내하는 듯한 소설 속 묘사 장면에서는 `아아.. 생텍쥐폐리가 그런 마음을 갖고 그가 사랑하던 별들 속으로 사라졌을거야..`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