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핵심을 읽고나서 암흑의핵심 1 2p

암흑의 핵심을 읽고나서..
초반부터 이야기는 가시적인 이미지나 움직임은 정지된 체 명상적이고 반추적인 서술 방식으로 기억의 저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희미한 달무리 속에서 파악되어야 할 말로우 이야기??라고 말했듯이 그의 목소리는 무의식의 어둠속에서 의미를 찾기 위한 고뇌처럼 느껴졌으면 모든 것에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확히 가늠해지기는 어렵지만 어렴풋이 느껴지고, 마치 뱀이 천천히 우리의 몸을 감싸듯, 우린 그의 말과 함께 어둠, 바로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어둠에 사로잡히게 된다.
암흑의 핵심으로 떠나게 되는 말로우는 처음 찾아간 선박회사의 사무실에서 검은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는 두 여인과 의사, 서기로부터 기괴하고 섬뜩한 이미지를 받으며 외부주재소에서 만난 지배인에게서는 인간적인 감정인 슬픔이나 사랑,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고 불편감만을 주는 인물로 느껴진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회칠…(생략)

밑이 뚫린 바께스 등은 허울만 존재하는 무의미한 실체와 제국주의의 허상을 꼬집어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말로의 말에는 제국주의에 대하여 불분명하지만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상아 수집을 위한 철저한 상업적 가치관과 원주민들에 대한 문명인의 도덕적 타락을 지적함과 동시에 도덕적 이념을 통해 제국주의의 정당화를 말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서 그는 문명화라는 작업의 사명감이 깊게 뿌리박힌 우월성을 보이기도 한다. 말로우가 커츠에게 매력을 끌렸던 것도 어떤 종류의 이념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며, 커츠는 암흑의 핵심을 벗어나 그가 가지고 있던 이념을 펼치기를 염원한다. 이런 면에서는 그의 보수적인 색채가 묻어 나오기도 하지만 커츠의 실체를 온 유럽지역이 만들어냈다는 말에서는 제국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바램은 그저 이상일 뿐이다. 제국주의의 실체는 물질만능의 자본주의에서부터 비롯된 부조리의 한 양상이라고 본다. 잉여자본의 투자와 물자를 위한 몇몇 경제인들과 정치인들로부터 나온 조작된 명분이며 철저한 부의 이기심에서부터 나온다. 그들의 행동은 지극히 일방적 이였고 우월적인 가치판단에 의해 인권을 무시한 처사일 뿐이다. 경제적인 이익이 아닌 순수한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사명감으로 뭉쳐진 이들도 없지 않아 있었겠지만 소수에 불과했으며 그 소수에 의해 제국주의의 허상이 되어지거나 보호 역할을 했을 뿐이다.
제국주의의 잔악상은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게 된 명분은 인류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화학무기와 폭군 후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거기다가 9.11 테러라는 도화선을 통해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라크와 연결을 시켜 국민들의 지지까지 받게 되었고 결국은 이라크를 공격하게 되었다. 폭군과 화학무기가 유독 이라크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자국의 이익이 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분류에서 나온 계산과 기름이라는 경제적인 큰 이익을 위해 행해진 대량살상의 표본이다. 많은 아이들을 평생 불구로 만들어 버리고 무고한 시민들과 젊은 군인들이 죽어갔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말로우가 말한 맹목적인 이념 때문인가?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정당화 될 수 없다. 파리 목숨보다 못한 전쟁속의 목숨은 우리를 폐허가 된 전쟁터처럼 의미 없는 상실감만은 일으킨다. 막말로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은 전쟁에 나간다는 조건하에 찬성할 사람은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들이 내거는 이념과 명분은 이기적인 이익을 위한 다수의 희생을 감추는 덮개 역할, 즉 허상일 뿐이다.
이와 같은 허상들 속에서 말로우는 ??역사 이전의 지구??에서 춤을 추고 야만스러운 행동을 하는 원주민들을 보게 되며 그 안에서 인간의 리얼리티를 느끼게 된다. 문명을 업지 않은 태초의 그들은 비도덕적이고 야만적이지만 적어도 인간 실체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문명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능과 자아를 떠나 역사와 규칙으로 인해 형성된 가치에 의해, 또 다른 우리로 살아가고 있으며, 모든 행동들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절제되어지고 억제되어 왔다. 이런 우리에게는 자제력을 갖게 하는 외부요인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말로우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식인종들은 극심한 배고픔과 고통 속에서 백인들을 습격하면 안 되는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격하지 않는다. 이런 자제력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개연성은 더욱이 찾기 힘들다. 말로우는 이를 인간 내면의 고유의 힘이며 인간 내면의 어둠의 핵심으로 가는 길을 막아주는 타고난 자제력이라 한다.
커츠는 원주민과 같이 일상생활이 결여된 곳에서 극도의 고적감과, 침묵에 쌓인 황야 속에서의 인간적인 결속 감의 단절로 인해 인간이 어떻게 유아론적 독단에 빠지고 자제력을 잃으며 결국은 악의 중심에 서는지에 대해 여실히 보여준다. 말로우는 이를 자제력을 잃은 모습이라고 말한다. 또한 안락과 안전, 즉 경찰서와 푸줏간이 있는 일상 생활속에서는 절대 발견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진 어둠의 형체이기도 하다. 그는 상아를 수집하기 위해 악마의 화신이 되어 원주민을 죽이고 다른 지역을 습격하며 제국주의의 도구로서 자제력을 잃은 인간이 되어버린다. 이런 커츠에 대해 지배인은 ??건전하지 못한 방법??이라 말하고 회사에 보고 하겠다고 한다. 더러움을 감추는 하얀 옷처럼 지배인의 물질만을 추구하고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는 문명의 타락과 인간의 본질을 잃은 인간들의 모습을 대변하며 제국주의의 표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은 말로우의 설득으로 커츠는 암흑의 핵심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껍질만 남아버린 커츠는 인간 내면의 여행을 ??horror, horror."라는 말로서 암흑을 인정하며 종지부를 찍는다. 그 암흑은 유럽의 제국주의가 기생하고 식민주의를 낳는 곳 이였으며 인간 내면에 도사리는 공포와 악마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horror"라는 말을 통해 타락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었고 위선과 거짓으로 무장된 백인들과 대조를 이루며 도덕적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런 그의 회한은 말로우와 영적 교류가 이루어지어 인간 본질을 보게 해주고 아울러 우리에게도 경험하게 해준다. 그의 말미는 이렇듯 종교적인 성찰의 경지를 보여주고, 깊은 안개속의 여행처럼 불분명 하지만 시종일관 느껴지는 암울함의 의미를 짚어 나아갈 수 있도록 지팡이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