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핵심을 읽고나서 암흑의핵심 독후감 암흑의핵심

[영화로 보는 문학이야기 report]
지옥의 묵시록 원전 줄거리 요약
[ 암흑의 핵심 ] - 조셉 콘래드
“쌍돛대 유람선 <넬리>호의 돛은 펄럭이지 않았고 배는 닻을 내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멎었다. 조수는 이미 밀려들고 있었는데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그래서 강 하류로 내려갈 예정이었던 배는 정박한 채 조수가 썰물로 바뀔 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라고 시작되는 [암흑의 핵심]. 이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표현해보면, 말로우가 템즈강가에 정박한 어느 상선의 갑판 위에서 들려주는 체험담에 근거하고 있다. 젊은 시절 아프리카 벨기에령 콩고의 어느 회사 소속 기선의 선장으로 취직한 말로우가 우여곡절 끝에 콩고 강 상류의 오지로 가서 커츠(Kurtz)라는 주재원을 데리고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번 report가 감상문이 아닌 줄거리를 적는 일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내용이 너무 어렵다. 아프리카이야기가…(생략)

신의 생각과는 다른 콩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실망감에도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이 있기에 그는 서두른다. 자기에게 부여된 사명이 오지의 주재원 커츠를 찾아서 문명 세계로 다시 데리고 오는 일이었기에 아직 자신과 상봉한 적도 얼굴 한번 맞댄적도 없는 이 주재원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쏟게 된다. 게다가 현지의 회사원들은 말로 앞에서 커츠를 <1급 주재원>이라든가, <아주 주목할 만한 인물>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러한 인물인 커츠에 대한 말로의 관심도 그만큼 커지게 되었다. 말로는 여러달에 걸쳐 콩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이 오지의 주재원인 커츠에게 어느새 친밀감까지 느끼게 되었고 그와 얼굴을 맞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커츠는 회사를 위해서 가장 능률적인, 따라서 원주민에게는 가장 잔혼학, 상아 수집상이었다. 그가 처음 아프리카로 나왔을 때에 그는 <연민과 과학과 진보의 사자>로 자처하였고 <모종의 도덕적 이념>을 갖추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식민지에서 수탈에 몰두하는 동안 정신적 타락을 겪게 되었다. 그 결과 그는 자기의 탐욕을 충족시키는 데 있어 자제력을 상실한 나머지 인격적으로도 아주 심각한 결함을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회사의 지배인이 그의 수탈 방법을 <불건전하다>고 부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충분히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중심 이미지 중의 하나인 <속이 텅 빈 인간>도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커츠 본인이며 소설의 제목인 <암흑의 핵심>이 가리키는 것도 결국 커츠의 타락한 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러므로 주인공 말로가 미처 커츠를 만나기도 전부터 차츰 자기 자신과 커츠를 한편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도덕적 결함이 없거나 적은 인물이 결함이 많은 인물 즉 도덕적 상반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두 사람이 처음으로 상봉할 때 말로가 커츠를 전혀 낯선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식인종의 행동이 만연한 풍습을 암시하고 있음이 분명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의식>을 포함한 일련의 타락적 행위에 탐닉해 온 커츠에게서 말로는 <도덕적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커츠에 대한 말로의 연대의식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커츠의 그 <믿기 어려운 타락>에도 불구하고 그를 미치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그에게 미쳐 버린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의 영혼일 뿐이라고 여기게 된다.
이처럼 말로는 콩고의 백인 사회에서 심각한 도덕적 고립을 자초하면서까지 커츠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이는 그가 일종의 <악몽>을 선택했음을 의미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지옥을 체험해 본 사람이 현세에 돌아올 경우 현세를 보는 그의 눈에 필연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듯이, 도덕적 상반자와의 정신적 자기동일시라는 악몽의 과정을 겪어 본 후에 말로는 새사람이 되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완벽한 정신적 결합은 말로가 커츠의 죽음을 지켜보는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강을 따라 내려오는 도중에 기선 위에서 죽음을 맞게 되는 커츠. 그는 오만과 권세 그리고 공포와 절망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말로를 매혹하게 된다. 그리고 말로가 보기에 <완벽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듯한 그 절정의 순간에 커츠는 <무서워라! 무서워라!>라고 속삭이며 숨을 거둔다. 말로는 이 속삼임을 <커츠 자신의 영혼이 이 세상에서 겪은 모험에 대해 내린 심판>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심판을 내릴 수 있는 커츠야말로 삶의 의미에 대해 자기 나름의 궁극적 깨우침에 도달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그 개우침이 너무 늦게 이루어졌다고 보이는데, “우리가 인생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우리의 자아에 대한 약간의 앎이지. 그러나 그 앎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결국은 지울 수 없는 회한이나 거두어들이게 되는 거야.”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커츠와 자기를 동일시함으로써 커츠의 영혼이 겪은 모험을 대리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커츠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도덕적 결함은 곧 자기 자신의 결함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커츠의 죽음을 지켜본 후에도 말로는 여전히 궁극적 자기 인식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가, 스스로 열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위기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커츠의 절규 속에 함축된 계시적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아의 삶과 주위의 세계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인식을 성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말로에게는 커츠와의 만남이 어떤 <암흑의 핵심>과 같은 존재와의 만남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서 말로는 자기의 삶을 조명하는 한 가닥의 빛과 거기 수반되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돌아온 말로는 아프리카를 향해 떠날 때의 말로가 아니었다. 이는 커츠라는 인물과의 만남이라는 <체험의 절정>을 몸소 겪고 나자 마치 어둠 속에서 일종의 빛을 본 듯이 만물의 의미가 그의 눈에 환히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온 유럽의 백인 사회를 경멸의 눈초리로 처다보는 말로의 심정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곳에서 안전하게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주인공 말로와 커츠의 이야기가 어려웠지만 나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왠지 나에게 각성심과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감상문보다는 줄거리에 초점을 맞춘 줄거리 요약 감상문을 쓸려고 애를 쓰고 또 썼던 결과물이 몇자 되지 않은 듯 싶어 아쉽기도 하다. 암흑의 핵심이라는 <지옥의 묵시록>의 원전을 읽고 난 말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의 눈으로 문명 사회를 바라보고 현대 사회를 찬찬히 둘러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