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더할것도 덜할것도 없이 잘 만들어진 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깊이가 있어서라거나, 깊은 성찰이 돋보여서라거나, 완벽한 필력이 어우러졌다고 말할 수 있는 글쟁이의 에세이가 아닌데도, 우리 이웃의 소박하지만, 극적인 삶의 스토리들이 긴박하게 녹아있는 여러편의 베스트극장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수십편의 베스트극장은 매회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다리를 절단한 20대 여성의 이야기,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치매에 걸린 노인, 그렇게 숱하게 존재하는 아픈 사연들. 지금은 미래의 안정적인 수입, 전문직이라는 이름하에 놓인 현실적인 이점 때문에 너도 나도 머리를 싸매고 의대를 가는 시대이다. 책 속에 녹아있는 시골의사와 같은 휴머니즘을 가진 의사들도 물론 어딜가나 만날 수 있겠다 싶지만, 그것도 아닌 의사들이 넘쳐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 책이 가장 필요한 독자는 바로 사지 건강한 우리다. 너무 평…(생략)

들의 파업과 의사들의 폐업을 보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그 나름대로 사정과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숭고한 인류애나 박애 정신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화려한 미사 어구로만 느껴졌다.
더구나 어린 아이의 잦은 병치레로 병원 갈 일이 많아진 요즘도 줄 서 기다리다가 의사와 채 오 분도 상담을 못하고 나오는 병원에서 난 의사를 만나지 않았고 기술자를 대 했을 뿐이며, 병원이 아닌 공장을 견학하고 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이란 책을 읽고 그동안 감정에 메마른 나에게 촉촉한 봄비가 내려옴을 느낄 수 있었으며 한 때 멋진 의사를 꿈꾸었던 진정한 의사의 직업적 본성도 찾을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밤잠을 자지 못하고 질병과 투쟁하는 의사들의 양심적인 헌신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며, 가난한 삶과 병마 앞에서 무너져 버린 이웃도 만날 수 있었다. 진료실 저 편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이웃들에게 그들은 또다른 희망이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동행??이란 의사와 환자의 동행이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이웃과의 동행인 것이다.
불혹지년에 흘리는 눈물을 감추지 않고, 가슴이 찡함을 창피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봄날 불어오는 황사바람을 이겨내고 마음의 눈을 정화시켜 주는 아름답고 따뜻한 책을 모처럼 만난 연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