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을 읽고 설국을 읽고1

설국을 읽고
지나온 삶에 얽힌 이야기들은 누구의 것이든 아름답기 마련이다. 설국은 새하얀 눈의 마을에서의 이야기로,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이 갖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에의 정서로 나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에 다시 읽은 설국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문화적인 환경으로서의 체험과 글쓰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나에게 요구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안내가 붙어있는 이 소설은 조용하면서도 잔잔한, 그립지만 그리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분위기나 주인공의 행동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북부지방 일본사람들의 정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일본 사람들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나마 엿볼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 다시금 책 읽기를 자극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3년에 걸쳐 쓴 이 중편소설의 특징은 작품 전체의 주제, 줄거리, 심지어 인물들의 성격마저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가 일…(생략)

된다. 시마무라는 1년 후에 다시 찾은 눈 고장에서 유키오의 무덤에 있는 요오코를 마음에 새긴다. 어느 날, 시마무라는 고마코와 불이 붙은 창고에서 뛰어내리는 요오코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것이 전부다. 세차게 타오르는 창고의 불꽃과 시마무라 속으로 흘러 들어간 은하수의 대비를 통해 끝을 맺는 설국은 글의 마지막에 뭔가 허전함을 남겼다. 이상하게도 설국은 글을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완결된 느낌보다는 글을 읽는 내내 어쩌다가 펼쳐진 어느 부분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왜 일까? 야스나리는 눈의 세계 어딘가에 허무 하나를 숨겨 두고 설국의 마지막 페이지를 남긴 것은 아니었을까? 환상적일 만큼 아름다운 설국의 세계는 무관심과 허무의 향기를 머금고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머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