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지도를읽고나서 생각의지도

생각의지도를 읽고나서..
혹시 친구의 주장에 아무런 감정적 악화 없이 확고한 반대 의견을 내놓기가 어려운가? 고(故) 김선일씨의 참혹한 동영상 유포를 국가가 나서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이 자리를 빌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또한 그 분의 마지막 장면을 단순히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보려는 사람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도 서슴지 않겠다. 이 글은 동영상 유포 자체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나 개인적으로는 동영상 유포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임을 표명해둔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달은 차면 기운다` 는 말을 신봉하는가? 만약 당신이 이 질문 일체에 긍정하는 쪽이라면 당신은 동양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더불어 살며 전체를 보고 상황을 중시하는 동양인들은 ① 더불어 살기에 누군가와의 반목을 꺼리고 서로에게 서로를 맞추며 중용의 도를 찾게 되고 ② 설령 몇몇 개인의 자유…(생략)

로 나아가는 시기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한동안 풍부한 예시를 들어가며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증명하던 저자는 맨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 두 문화권의 사고 방식이 점차적으로 하나로 수렴되고 있으며 이 둘이 상호보완적으로 통합될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첨언한다. (그러나 그의 첨언은 그가 주장하는 `타당한` 가설일 뿐이다. 그는 이 단락에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이론 두 개를 더 내 놓았는데 그 하나는 동양의 서양화이고 다른 하나는 동서양 차이의 지속화이다. 이 두 이론은 저자의 가설과 더불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신빙성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하므로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그 중 저자와는 다른 이론을 지지하게 되는 사람도 생기리라. 그러나 뼛속까지 `모순`과 `통합적 전체`를 추구하는 동얀인이라서 일까. 난 개인적으로 이 세 이론이 모두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책에 수록된 예시들이 모두 기발하고 재미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홍콩 사람들은 미키마우스나 미국 의회 빌딩 같은 서양 이미지에 노출(점화)되면 서양식의 귀인을 하고, 불교 사원이나 용의 모습 같은 동양 이미지에 노출(점화)되면 동양식의 귀인을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는데 갑자기 잘 알고 지내는 선배가 생각났다. 그는 "섹스 앤 더 시티" 나 "프렌즈" 같은 시트콤을 보고나면 왠지 그 사람들처럼 행동이 커지고 더욱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홍콩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도 어린 시절부터 서양식 사고 방식에 꾸준히 노출이 되었기에 서양식으로 "점화" 되는 것이 가능한 듯 싶다. 만약 그 서양식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우리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 밝지 않을까?
사족 하나. `동양`을 지칭하며 동북아시아 세 나라 한, 중, 일만을 이 책의 동양으로 삼았다. 물론 그의 연구 범주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이 자명하나 그래도 늘 치이는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눈에 밟히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서양, 동양이라는 대범주로 나눈 것이 정말로 옳은 일인가에 대한 일말의 의문도 품게 되었다. 중간에 속하는 터키, 레바논, 이집트, 인도인은 대체 어떤 범주로 묶을 것인가! 동으로 가다보면 서가 나오고 서로 가다보면 동이 나오는 둥근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동서양으로 양분하는 사상은 참으로 불순한 것이 아닐지. 언젠가는 미국이 직면한 아랍권-서양 문제인 이라크 전쟁을 불식시킬 아랍권과 비동서양 국가를 포함한 `생각의 지도`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