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읽고나서 상속

제목 : 은희경의 상속
은희경, 그녀는 90년대의 한국 문단이 발견한 가장 큰 보석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해 ??아름다움??, ??쿨하다??는 심미주의적, 탐미주의적 시선이 차지하는 21세기의 시작. 바로 그 변화의 혼란 속에 그녀의 냉소적인 시선이 있다.
과거를 향한 냉소,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향한 부정. 선과 악의 권위에 숨막혀 고통받던 과거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90년대. 카오스와도 같은 현재에서 우리가 받았던 희망의 교육이 모두 헛것이었다는 자조. 그러므로 미래 또한 핑크빛이 보장된 게 아님을, 그녀의 90년대 사고가 담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은희경 신화의 시작을 알린 ??새의 선물??에서부터, 잠시 잠깐의 충전을 앞두고 발표한 ??상속??까지……. 은희경의 소설은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며 이 자리에 왔다. 뒤늦게 입문한 이래 그 동안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듯 끊임없이…(생략)

세워 아예 작중 인물과 독자를 옴짝달싹 못 할 정도로 만들어 놓았고,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은희경 식 로맨스를 거쳐, 은희경과 어울리지 않는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그것은 꿈이었을까>. 비록 시도는 좋았지만 은희경의 몽환적 문학은 결코 반복될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고루한 제목을 달고 탄생한 <상속>. <상속>을 내놓으며 은희경은 자신의 글쓰기는 말장난이나 가벼운 화제 거리보다는 차라리 소설가 최인훈과 같은 진지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얘기했다.

아! 그녀에게서 최인훈이라니……. 절정에 오른 무당의 작두날처럼 예리한 그녀의 문체와 냉소적인 시선들로 가득한 그녀의 소설에서 진지한 최인훈의 사상을 발견해야 한다니…….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게 바로 그 ??삶의 진지함??이라는 말인가?

문학에는 매 순간 절대 위치를 점하는 단일한 캐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은희경에게 최인훈의 진지함이 캐논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녀가 가장 그녀다운 것을 찾았으면 한다. 내 생각으로는 그녀의 첫 시작이 되었던 <새의 선물>이 아마도 그녀와 가장 닮아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