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을 읽고

빙점을 읽고
의사인 게이조와 그의 아내 나쓰에는 어린 딸 루리코가 어느 날 피살된 채로 발견되자, 딸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범인의 딸인 요코를 양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주인공 요코는 성장하여 자신이 살인범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죄를 깊이 느끼고 절망한 나머지 자살을 꾀하여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저자 미우라 아야코는 원죄에 관한 인간의 내면 의식을 훌륭하게 소화 해냈다.
이 작품으로, 저자 미우라 아야코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보통, 수상작들은 재미없는 딱딱함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음에도 어려움이나 지루함은 배제되어 있었다. 또, 집필된 시대적 배경과 현시점에는 많은 거리감이 있었음에도, 줄기에 대한 흡입력이나 공감력에선 손색이 없었으니, 이것이 진정한 대작가의 역량이리라.
경험했거나 경험했던 이야기를 듣고 픽션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생략)

가진 요코 역시, 신데렐라풍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착한 척 하는 얄미운 여주인공 냄새에 거부감이 일었다. "삼국지"의 저자는 "유비"를 역사적 거인으로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결국엔, 민폐만 끼쳤던 허생원에 불과한 존재였던 것처럼, "빙점"의 저자 역시, 요코를, 심지곧은 투명한 아이로 그리고자 노력했지만, 실은, 지독한 과잉자아의식을 가진 존재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얇은 분량은 아니였음에도, 단번에 읽어내려가게 만들었던, 이 흥미진진했던 한 가족의 짤막한 역사를 엿보며, 요코라는 인물에 중심을 맞추어 사건 전개 자체에 흥미를 갖고 보았던 과거 드라마의 느낌과는 또 달리, 이번에는, 이렇게 등장인 개개인의 개성을 엿보며, 나를 돌아보게도 되었고, 그들이 읊조리던 혼잣말들을 통해, 사고의 전환을 고려해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