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따라기

배따라기
`어기어차- 어기어차-`
뱃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내가 몇 년 전 시골을 갔을 때 나의 외가가 해변에 있는지라 우연히 뱃놀이를 보게 되었다. 처음 보는 뱃놀이라 신기함에 둘러싸여 그때는 뱃놀이에 관한 심오한 뜻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뱃놀이가 정말로 뱃사람들의 염원과 희망이 담겨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난 후 뱃놀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어제 저녁이었다. 나는 단편집을 펼쳤다. 내일이 현충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마음껏 책을 읽기로 했던 것이다. 50여편이나 되는 단편소설 중에 무엇을 읽을 것인지 한참이나 생각했다. 그러다가 감자를 지은 김동인이라는 이름이 내 눈에 띄었다. 감자는 익히 알고 있었다. 우리반에 김동인이라는 아이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감자라는 소설을 읽어보았기 때문에 김동인의 소설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고 있었다. 단편집에는…(생략)

눈썹을 가진 사람이 앉아 있었다. 뱃사람의 눈을 가진 그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주기 까지 이르게 된다.
그 사람은 영유 고을서 이십 리 떠나있는 바다를 향한 조그만 동리에 살았단다. 그리고 꽤 유명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제일 부자였고 제일 고기잡이를 잘했고 제일 배따라기도 잘했기 때문이란다. 열 댓에 부모님을 여의고 남은 친척이라고는 아우부처와 그 사람 부처 뿐. 그 사람은 명절에 쓸 장도 볼 겸 그의 아내가 늘 부러워하는 거울도 겸 장으로 향했다. 그의 아내가 연연하고 예쁘게 생겨 항상 그는 자랑했단다. 그 부처 사이가 너무 좋아 그는 아내에게 시기를 많이 하였단다. 여기서 난 그 남자가 시기 할 것이 없어서 자신의 처에게 시기를 한다는 것에 정말 안타까웠다. 그런데 그것이 처의 품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쾌활한 성질로서 아무에게나 말 잘하고 애교를 한 것이 문제였다. 딴 사람에게 눈을 흘리거나 그러면 그는 처를 때린다. 그러면 아우가 말리는 데 그럼 아우까지 때린다. 그렇게 한 이유는 아우는 촌사람에게는 다시없는 위엄이 있단다. 그렇게 그는 처가 아우를 위할 때면 매번 처를 때리는데 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처를 때릴 수 있나 하며 투덜투덜 거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는 점심을 먹는 도중 맛있는 반찬은 제일 나중에 먹기 위해 남겨났다. 그런데 그것을 본 처는 마침 동생이 들어오자 그 반찬을 줘 버렸다. 그렇게 되니 뭐 화가 난 그는 또 처를 때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말렸지만 그러다가 맞기 일쑤였다.
그렇게 세월이 지난다. 그러나 앞에 나온 명절을 지내기 위해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결국 아우와 처의 옷이 헝클어진 모습을 보게 된다. 참았던 분노가 터진 그는 사정없이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우고 처고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아내는 나가 버리고 아우에게 이렇게 된 이유를 듣게 된다. 쥐를 잡기 위해서 돌아다니다가 옷이 헝클어 졌다고 아우는 말했지만 그는 믿지 않는다. 그리고는 어떨결에 본 쥐 한 마리에 자신이 잘못 했다는 것을 알고는 아내를 찾으러 나간다. 그리고는 거품 물고 죽은 아내를 보게 된다. 통곡한다. 처절하게 통곡한다. 그 사실을 안 아우도 집에 나가 오지 않는다. 그는 뱃사람이 된다. 이렇게 그의 회상은 끝난다.
회상을 끝낸 그는 결국 눈물을 흘린다. 주인공은 그가 부르는 마지막 배따라기를 듣고 벌떡 일어서서 저녁해를 등에 받고 을밀대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는 모란봉으로 단숨에 뛰어간다. 모란봉에는 사람이 없다. 을밀대로 달려간다. 을밀대에서는 소나무가 배따라기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는 그는 그 길로 강가에 갈아보니 그는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렇게 세월은 지나간다. 계속 그는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소설이 끝난다. 배따라기. 솔직히 이 소설을 첫 번째로 읽을 때는 별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볼 때는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세 번째 읽을 때야 드디어 이 소설에 담겨 있는 알지 못하는 애처러움을 느꼈다. 이 소설을 국어선생님께서 어떻게 설명하실지는 모르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배따라기를 배경으로 인생의 애처러움을 표현했다고 대충 주제를 잡았다. 자신의 성급함이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까지 몰고 갔다는 것. 그것은 성급한 면이 많은 나에게 크나큰 교훈이 되었다. 이 소설을 어떻게 평가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나의 뇌의 문학방에 큰 소설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