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미쳐야미친다

미쳐야 미친다
기묘한 제목이지만, 한자로 하면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어떤 일이든 미치지 않고는 능히 이룰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자기만의 지적, 예술적 성취를 이룩해낸 이들의 광기와 열정을 이야기 한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사실 그것은 전체 세 장중 앞의 첫 장, ??벽에 들린 사람들??에만 해당된다. 참고로 둘째 장은 ??맛남 만남??, 셋째 장은??일상 속의 깨달음??이다. 나는 이런 종류의,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열정으로 남들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그래서 이해받지 못하는)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것은 아마 내가 열정이라곤 약에 쓸래야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열정 결핍이란 말 그대로 열정 결핍을 치료할 열정조차 결핍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데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앞 부분은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기대감에…(생략)

글에는 당대의 지식인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을 고문의 비유나 인용이 빈번히 등장하기 때문에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해설이 필수 불가결하며 이 책의 해설 또한 상당히 상세한 편이지만, 원문(정확히는 한글 해석)과 저자의 해설 사이가 덜그럭거리는 것은 피할 수 없기도 하다.

나는 옛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옛날 선비들은 모두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한 것인지, 아니면 한문글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옛 글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재치있는 문체가 흉내낼 수 없는 멋을 풍긴다. 이걸 전부 한문로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감동적일까마는, 언감생심 꿈도 못꿀 경지이니 이렇게 번역본으로나마 즐길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