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을 읽고 6사람의 아들 97

사람의 아들
인류는 인간의 `이성`이란 것을 오래전부터 찬양했다. 물론 그런 찬양가들을 나는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던 데카르트가 그들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머리가 빈 이 스무살의 청년은 근 반년간 신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신에 대한 토론을 벌인 것도 두 번 있 었는데 한번은 신의 성격에 대하여, 다시 말하자면 유신론의 개념속에서 그 `신`의 활동,그 `신`의 정체를 토론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하느님과 성서에 대하여, 특히 `예수천당불신지옥`이라는 일부 기독교계의 부르짖음에 대하여 논했다.
첫 토론은 나의 경험과 신앙에 의지해서, 두 번째 토론은 내 이성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내 언변이 미흡했던지 나의 신앙, 나의 이성은 모두 한계를 보였다. 이 책은 그런 내 사고의 한계를 좀 더 넓혀 놓았다고 할까? 이문열이라는 작가,참으로 아는것도 많은 사람이다라고 감탄했던 것을 …(생략)

아들.딸 들을 끔찍이 사랑하지며 무지에 의해서 다른 신을 섬긴다 할지라도 착하게 말씀처럼 살아왔더라면 천국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붉은 이성, 내가 사람의 아들을 읽고 여기에 표현된 이성을 붉은 이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여기에 묘사된 민요섭, 조동팔의 이성이 마치 디아블로의 벌건 안면과 유사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난 이미 내 종교의 틀 안에서 그들의 이성의 종교를 봤기에, 이것을 이단이라고 느끼기에, 이런 대입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민요섭이 `당신 이성의 부르짖음을 들으시오. 논리에도 맞지않은 어설픈 당신의 종교가 느껴지지 않소?`라고 비난함을 들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초반부 민요섭의 이런 이성추종적 물음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나는 그들의 광적인 이성으로도 결국 신을 규명해내지 못했음을 기쁘게 여긴다. 내 기쁨은 그들이 이성의 렌즈로 본 신은 진실로 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느끼는 것이다. 그들의 신관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이성의 광신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대들도 보지 않았는가? 이성으로 만들어낸 신은 결국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고백하지만 민요섭의 이성은 나의 신관을 흔들었지만(주님 죄송합니다.) 다시 나의 신관을 확고히 했다. 어떻게 보면 이리 저리 흔들리는 나의 사상,신앙이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내 나이 스물, 아직 흔들리며 배우는 나이이며, 배움을 통한 믿음이 더욱 굳어지지 않겠는가?
이문열이 `이성`에 대한 문제를 주로 삼음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유식한척 하자면(겨우 단어정도만 아는 나의 지식이 부끄럽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표현이 아닌가? 이성만을 중시했던 그동안의 모더니즘적인 사고를 깨는, 이성만이 진실이 아니라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민요섭의 그 강인한 이성, 너무나도 강인해서 그것이 깨어졌을 때의 그 소리는 얼마나 요란하였는지... 이성에 대한 광적인 믿음의 깨짐은 너무나도 파동이 컸다. 순식간에, 마치 진리를 본 것처럼 나도 그 광적인 이성의 요소를 깨어버렸으니깐...
하지만 이성만을 깼냐고 하기엔 뭔가 허전하다. 깨짐은 그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초반부에 민요섭의 이성에 의한 감성의 깨짐 역시 확고히 복구되지 못했다. 민요섭은 다시 종래의 신에게 돌아갔지만 작가는 민요섭이 깨버렸던 교회의 신관을 다시 제자리로(그 권위의 자리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는 의도적이었을 것이다. 이 의도의 이유를 나의 경험에 의해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더욱 강한 믿음이 생겼음을 자신할 수 있는데 그것은 감성과 이성의 혼합작용에 의한 산물이었다. 감성만을, 이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의 공존을 찾길 바랐던 것이 작가의 마음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 공존으로 튀어나온 답이 100%정확한 답은 아닐지라도 보다 진리에 가까운 답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성과 감성, 이 둘의 첨예한 대립을 소설<사람의 아들>처럼 신앙에서 느끼곤 한다. 나 역시 100%정확한 답은 구하지 못했지만 더욱 뜨거워질 신앙과 그 신앙을 공고히 해줄 이성이 나에게 있기에 주님의 진리를 어렴풋이라도 스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기에 이책을 읽고 나서 기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