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을 읽고나서 빙점

‘빙점’을 읽고나서
미우라 아야꼬 저
‘제 마음은 얼어붙었습니다. 얼어 버린 것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요오꼬가 자살하는 장면이 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른다.
자신이 루리꼬 언니를 죽인 그 살인자의 아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괴로워하던 요오꼬는 루리꼬가 죽은 그 강변에서 약을 먹고 자살한다.
요오꼬는 그 살인범의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았더라도... 그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났더라도 이런 일이 한번쯤은 일어났으리라 생각한다. 그녀는 죄에 대해 너무나 엄격하게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떤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났든 죄에 대해 그 근본에 대해 고민하고 결국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인의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 비판서적을 찾아서 읽는 나로써는 도저히 이 책이 눈에 띄지 않았었다. 하지…(생략)

...
나쓰에는 요오꼬라 이름 붙인 이 아이를 온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요오꼬를 목을 졸라 죽이려하고 쌀쌀맞게 대하고 못살게 굴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팥쥐 엄마처럼 신데렐라의 계모처럼.
요오꼬의 중학교 졸업식때 답사가 백지로 둔갑한 장면을 보고 나는 분통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어머니랑 사람이 저렇게 사악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딸을 죽인 나쁜 살인범의 딸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온 사랑으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키워온 아이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태도가 바뀔수는 없는거다.같이 살던 정으로라도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쓰에 였다면.. 글쎄 이 책을 읽고 나서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라면 용서했을거다. 딸을 죽인 그 범인도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그 딸인데 그렇게 무조건적인 미움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아버지의 죗값을 그녀가 다 받아야할 이유가 있을까? 살인범은 그녀가 아닌 그녀 아버지인데 말이다.
나쓰에라는 여자는 여러모로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아들의 친구로 온 기다하라에게서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확인 받고 싶어 하다니.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든 심리이다
그는 요오꼬를 좋아한다. 그에게서 온 편지를 뺐고 만남을 반대했다. 늙은 아줌마의 추태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자신을 그토록 사랑해준 게이조로를 배신하는것도 서슴치 않았다. 그런 여자는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이책에서 ‘커다란 존재의 의미’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기다하라가 요오꼬에게 자신이 커다란 존재의 의미이고 싶다고 말한다.
존재의 의미....라..
난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