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빙점
인간의 마음 한 구석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빙점, 즉 이것은 인간마음의 얼어붙은 지점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의 원죄를 의미한다. 이 소설은 게이조오와 나쓰에의 딸 루리꼬의 살해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원죄를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외과의사이자 병원장인 게이조오 스지구찌는 누구도 부러워 할 만큼 아름다운 아내 나쓰에, 어린딸 루리꼬, 아들 도오루 와 함께 꾸린 가정의 가장이다. 게이조오가 출장을 떠난 어느날 평소부터 나쓰에를 흠모해오던 게이조오의 병원 안과의사인 무라이가 나쓰에에게 고백하기에 이르고 나쓰에 역시 젊고 핸섬한 무라이를 거부하고 싶지 않다. 나쓰에는 무라이와 함께 있고 싶은 나머지 놀아달라며 들어온 딸 루리꼬를 다시 밖으로 내보내고 나쓰에가 무라이와 함께있는 그 시간 루리꼬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출장에서 돌아와 모든 사실을 알아차린 게이조오…(생략)

복수라고 생각하며 요오꼬가 루리꼬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생각에 점점더 요오꼬가 미워진다. 한편 도오루는 요오꼬를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 되고 이를 눈치챈 게이조오와 나쓰에는 불안에 떨게 된다. 결국은 아들 도오루도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도오루는 그런 요오꼬가 가엽기만 한다. 도오루는 자신이 요오꼬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고 자신의 친구 기다하라를 소개시켜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로 둘이 사랑하는 사이가 될 까봐 신경이 쓰인다. 한편 나쓰에는 아들의 친구 기다하라 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거절당하자 심한 모욕감을 맛보고 기다하라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오꼬를 질투하기에 이른다.
자신에게 모욕을 준 기다하라가 요오꼬와 깊은 사이가 될 것 같자 나쓰에는 기다하라에게 요오꼬의 정체를 밝히게 되지만 기다하라는 게의치 않는다. 반면 요오꼬는 심한 충격을 받고 루리꼬가 죽은 장소에서 자살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소식을 듣고 달려온 다까기에게서 요오꼬가 살해범 사이시의 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모두들 심한 충격과 함께 후회에 휩싸인다. 이야기는 응급처치를 한 요오꼬가 혼수상태로 있으면서 끝을 맺는다.
과연 이 이야기의 어느 부분에서 인간의 원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가?
우선은 자신의 불행을 감수하면서도 훗날 아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한 단 한가지의 이유로 살해범의 딸 요오꼬를 입양해 키우는 게이조오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이며 죄악을 품고있는 존재인지 생각하게 된다.
요오꼬를 입양해 키우면서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게이조오는 모든 원인을 부정을 저지른 나쓰에와 무라이에게 돌리고 나쓰에또한 요오꼬를 입양해 키우게 한 게이조오를 탓한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의 어리석음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기 좋아하는 존재인 것이다.
게이조오는 또한 나쓰에를 미워하면서도 나쓰에 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기를 원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하룻밤의 외도를 했다고 해도 자기는 자신에게 절대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내의 외도는 절대로 용서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남이 해서 나쁜 일은 내가 해도 나쁜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항상 타인에게는 야박하고 자신에게만 관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에게는 철저하고 타인에게 야박해야 하는 것이 인간이 갖추어야할 진짜 모습임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요오꼬가 살해범의 딸이 아님에도 모두가 불행해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언인가?
그것은 바로 게이조오와 다까기가 서로 진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가장 절친한 친구이며 상대방은 절대로 자신을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게이조오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실천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진짜 의도를 포장하여 요오꼬를 입양 함으로써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있는 친구 다까기를 속이게 된다. 다까기 또한 살해자의 딸이 아닌 요오꼬를 살해자의 딸로 둔갑 시키므로써 자신을 믿고있는 게이조오의 신뢰를 배반한다.
즉 이들은 자신을 가장 신뢰하는 친구를 속이는 한편 자신이 가장 신뢰했던 친구로부터 속임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를 절대적으로 신뢰했으나 결국은 서로를 속인 결과로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만약 그들이 서로에게 진실했다면 모두가 불행해지며 아무잘못도 없는 요오꼬를 자살로까지 몰고 가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몸 속에 살해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자신의 원죄를 깨닫고 괴로워하며 자살하는 요오꼬의 모습은 게이조오나 나쓰에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이조오는 아내가 부정을 함으로써 범한 죄를 문제 삼지만 요오꼬는 자신이 범하지도 않은 죄의 근본에 대해서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까기는 죄의근본 자체에 대해 너무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요오꼬 라면 언젠가는 다른 이유에 의해서 죄의식을 가지게 되고 괴로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가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 없다
과연 인간이 자신의 원죄에 대하여 얼마나 깨달아야 하며 얼마나 고뇌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게이조오 나 나쯔에 처럼 인간의 마음 깊은곳에 존재하는 원죄를 깨닫지 못한다면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지만, 요오꼬 처럼 죄의 근본에 대해 지나치게 고뇌하는 것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