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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책을 덮고 잠시동안 나의 군대 훈련소 생활을 떠올려 본다.
10초 동안의 식사시간, 담배도 피우지 못하는 상황, 기본 훈련보다는 기합에 하루 일과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스케줄, 화장실도 정해진 시간에만 허락되는 제한 등등 그야말로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당시에 쓴 일기에도 그러한 제한되고 속박된
상황이 잘 드러나 있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때의 동기들의 모습,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그야말로 죽기 일보 직전의 모든 것을 포
기한 상태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우리에게 한가닥 희망이 있다면, 4주의 훈련을 마치고 나
면, 그나마 조금은 자유로운 생활이 허용된다는 것이었는데, 그나마도 없이 끝없이 그러한 생활
을 했었다면 우리 모두는 아마도 자살이라는 극한 상황을 택했을지도…(생략)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요셉이 자신의 깨끗한 얼굴을 보며 기
뻐하는 모습은 그녀에게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모두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
내고 있지만, 안나만큼은 내일을 바라보며, 그 절망을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내일을 바라봅니다. 내가 이 감옥에서 나가 다시 자유인이 될 것을 바라봅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다시 강의할 수 있는 그날을 바라봅니다. 나는 그날이 반드시
다가올 것을 믿습니다. 나는 그 내일을 선택합니다. 그 미래, 그 희망을 선택합니다."라는 프랭
클의 말이 그녀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과 게시판을 잠시 들여다보자.
3학년 학생이 쓴 글 중에 다수의 글이 숙제와 발표로 힘들다는 내용이고, 삶이 힘겨우니
학교 생활이 재미없느니 하는 글들이다. 솔직히 쓸데없는 숙제도 있어 보이고, 각 과목마다 숙
제의 유형이 거의 동일한 숙제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숙제나 의미 없는 발표를 하는
것은 확실히 사람을 지치게 할 수 있다. 거기에다 과 집행부의 역할까지 3학년들이 맡고 있으
니 힘들지 않을 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힘듬과 재미없음, 심하게 표현하자면 이 고통이
과연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없는 활동인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설사 아무런 의미없는 활
동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대학생 아닌가.
과연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얼마나 해 보았는지 모두들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런 힘듬 속에서
도 희망은 있다. 왜냐하면 시간은 곧 지나갈 것이고, 방학이란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 방학이라는 희망을 버리고 있지나 않았는가.
위 세가지 이야기에서 공통되는 것은 모든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은 있는 것이고, 그
것을 찾으면 그 고통과 절망이 달리 보일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여름 내내 제초작업을 하
는 군인이 있다고 한다면, "아 군대에 오니까 이런 것도 가르쳐주고, 팔힘을 기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 "나는 나중에 교사가 되면 쓸데없는 숙제나 지나치게 많은
숙제는 내지 말아야지. 애들이 얼마나 힘들어할까" 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많은 숙제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한번쯤 의미 깊게 생각해 보는 뒤집어 생각해 보는 자세, 수용소에서 나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나갔을 그 때를 생각하며 자신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자세 이 모든
것들이 고통과 절망을 이겨내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을 프랭클은 `반응의 자유`, `선택의 자유`라는 말로 표현하면서, 죽음의 수용
소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절망을 이기고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이 `의미를 지향하는 의지(Will
to Meaning)`임을 주장하고 있다.
"여러분, 나치 독일은 우리의 부모를 빼앗아 가고 우리의 처자식을 빼앗아 갔습니다. 우리
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빼앗아 가고 우리의 애인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편리한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갔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 나치 독일이 우리에게서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비록 불편하고 고통스런 환경 속에 있지만,
이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반응의 자유` 즉 `선택의 자유`입니다. 이것만은 저들
이 결코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프랭클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필요
한 것은 인생에 의미를 주는 충족감이요 사명감이라는 것이고,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
가?`하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해서, 도전을 받아서 응전하는 데에 삶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 이 고난은 견뎌 볼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 고통과 싸워 마침내 승리를 쟁취해 내는 반면, 어떤 사람은 기분 내키는 대로 감정
에 이끌려 어리석은 선택을 하여 인생을 망치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똑같이 고통을 당하면서
도 그 고통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로 남아 있
다. 무엇이 최선일지 냉철하게 판단하여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
려있는 것이다. `일체유심조(一體有心造)`
내가 교대를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선배형 하나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우리나라가
IMF체제를 왜 겪어야 하는지를 잘 생각해 봐라. 그리고 너가 교사가 되면, 학생들에게 반드시
실패를 경험하게 해라."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난 지금, 이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이 그렇
게 말한 이유는 우리 나라의 지도층인사들이 나락에 떨어졌을 때, 혹은 실패를 하였을 때 그것
을 이겨내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편안한 생활과 아랫사람이 모든 것을 대신 해주늕
상황, 한번도 절망이나 고난을 겪어보지 못했을 법한 그들의 삶은 실패를 경험하거나, 고통에
빠졌을 때 이겨내는 법도 모르게 할뿐더러, 이겨낼 자신감이나 극복에 중요한 요소인 희망조차
찾을 수 없는 눈먼 장님으로 그들을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 말에 적극 동감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교육은 성공만을 쫓아왔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 또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음
악이나 체육을 하면 `그 고생스러운 것을 왜 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은 IMF와 같은 아주 깊은 나락에 빠졌을 때 그 절망과 고통을 빠져 나가고 이겨내는 지도
력을 발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경험이 없이 순탄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실패도 경험을 시켜야 한다. 자주 혹은 헤어날 수 없는 실패나 고통을 던져주어
그들의 인생을 망치지 않으면서도 그들에게 적절한 실패를 던져주고, 적절한 고통을 던져주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교육의 몫인 것이다. 그러나 그 수위 조절이나 형태를 말
하기란 쉽지 않다. 모든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서 이것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효과
있게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하는 끊임없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아이들을 포기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이겨내게 할 것인가.
정답은 자명하다.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적 중에 하나가 「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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