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들판을읽고나서 별들의들판

별들의 들판을 읽고나서..
90년대 초반에 나왔던 공지영의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는 80년대에 대한 기억의 서사였다. 기억을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한 부분으로 간주한 철학자는 베르그송이다. 그는 기억과 이 기억의 지속이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서먹해져 있을 때, 상대방과 공유했던 기억의 반추는 그 사람의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떠오르게 한다. 이렇듯 인간의 본연적인 부분인 `기억`의 문제는 철학의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예술의 전 영역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기억은 과거의 삶을 전제로 한다. 현실은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라는 말에는 기억이라는 단어를 매치 시킬수 없다. 하지만 과거는 다르다. 수많은 현재들이 이미 그 유통기한을 넘겨버렸을 때, 그것은 과거…(생략)

않다. 정말 중요한 점은 소설의 인물들이 과거의 기억에서 조금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적어도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는 과거의 상처와 그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지배적인 정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녀의 신작에서는 그러한 연민 같은 것들은 볼 수가 없다. 과거에서 멀리 가지 못하는 사람들, 그 과거를 껴안고 살아가는 것마저도 버거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짙은 페이소스만이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