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을 읽고나서 독후감 변신 독후감

변신
인간소외를 주제로 한 카프카의 변신.
판타지적 요소가 없지 않지만 결코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결코 멀지만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레고르는 5년 전 아버지가 파산한 이후, 부모와 17살의 여동생 그레테를 부양하고 있으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성실한 회사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그는 자기 자신이 벌레로 변해버리고 만 모습을 발견하고 만다. 몸은 흉측한 벌레로, 말은 다른 사람들과 통하지도 않은 채 그레고르는 인간으로써의 겉모습을 하지 않게 된다.
가족들의 중심이 되고, 한 인간으로써 대접받던 그레고르의 삶은 많은 변화를 맞게 된다. 한번 쓰고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버려지는 볼펜처럼 그레고르는 차차 가족들에게 버려진다. 비록 말을 할 수 없고, 예전의 겉모습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레고르는 놀랍도록 여전하다. 그래서 그의 버려짐이 더욱 처량하고 안쓰러웠다.
그…(생략)

다. 초등학교 때였기 때문에 엄마께 “엄마 왜 저 사람들은 저기서 저러고 있어?”라고 물어봤었다. 어렴풋이 집이 없다는 대답을 듣기는 했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저렇게 방황을 하고 있다니.
가까이 있던 왠 아주머니께는 내가 갖고 있던 빵을 드렸었지만 어린 마음에 이것 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니 하며 무력감을 느꼈었다. 왜 그 들은 그 거리로 내몰려있었던 것일까?
근데 더욱 안타까운 건 내가 본 서울역의 모습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역 뿐만 아니라 서울의 많은 곳곳에 떠도는 이들이 있고, 세계적으로 치더라도 그 수는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 들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거리로 내몰렸겠지만 그 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소외 되었다는 것이다. 그 들의 가족들로부터, 이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었기에 그 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 잊지 못할 서울역 방문이 있고 나서 tv프로그램에서 노숙자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그 들만의 세계를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보다도 놀랐던 건 그 들이 처음부터 노숙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놀랐다는 건 엉뚱한 말 같지만 한 때는 잘나가던 사람들도 그렇게 거리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한 아저씨는 중소기업 사장에서 가족들에게 멋지고 당당한 아빠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하고,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행복은 그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고 한다. 돈 잘 벌어다주는 기계에 불과했던 것일까. 가족들은 경제적 능력이 사라진 그 아저씨를 예전과는 다르게 대했고, 결국은 그를 거리로까지 내몰았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써, 한 중소기업 사장으로써 대접받고 당당했던 그는 경제적인 힘을 잃게 되자 너무나도 많은 걸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외면은 제법이나 큰 충격이었다.
자신의 무능력함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이렇게 살아간다는 그 아저씨의 어깨가 대단히 무거워 보여 안쓰러웠다.
변신을 읽으며 문득 그 아저씨의 이야기와 서울역의 노숙자들이 생각났던 건 그 들과 그레고르가 닮았기 때문이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했다는 것의 의미는 인간 소외 즉 더 이상 사람으로써의 쓸모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그레고르를 가족들이 외면해버린 것처럼 이 세상의 제법 많은 사람들이 그레고르처럼 가족들로부터,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잔인한게도 결코 소설 속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그레고르처럼 하루 아침에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내가 결코 그레고르의 가족들을 손가락질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감싸줘야 하기 마련이지만 내가 그 입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어져버렸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처럼은 아니겠지만 나도 우리가족들도 크게 다를 바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쩔 수 없다는 말보다는 자신이 없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레고르의 가족들처럼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그레고르처럼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다면..?
그건 앞의 가정보다도 더 무섭기 짝이 없다. 말도 통하지 않고, 인간으로써의 모습은 상실한 채 한 마리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게다가 그로 인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외면당한다면.. 그보다도 무서운 일이 있을 까.
문득 그레고르는 몸의 상처보다도 마음의 상처 즉 외로움으로 죽어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 소외란 소통의 부재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만큼 그만큼이나 외롭고 무서운 것 같다.
문득 사람에게 가장 괴로운 벌은 무관심이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그레고르의 외로움이 내 피부까지 느껴질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레고르의 마지막 죽음과 동생의 연주에 감탄하던 그레고르의 모습이다. 비록 벌레처럼 변해버렸지만 여동생의 음악연주에 감동받아 자신의 모습도 잊은 채 여동생에게 다가간 그는 분명한 사람이었다. 벌레라면 엄두도 못 낼 생생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여동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하고, 어떻게든 소통해보려는 그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각과 마음은 여동생에게 전해지지 않는 다. 벌레 같은 그의 겉모습만 볼 뿐 그 이상의 진실된 그는 보지 못한다.
그레고르는 그런 자신의 노력이 외면당함에 얼마나 외롭고 무기력해졌을 까. 사랑하던 여동생으로부터 외면당함으로 인한 상처가 얼마나 컸을 까.
마지막 순간까지 그레고르는 지독하게 외롭다. 쓰레기로 가득찬 방 안에서 온 몸에는 상처를 입고, 마음에는 그보다도 더한 상처를 입은 채 그는 쓸쓸하게 죽어간다.
그는 분명 자신이 살아갈 날짜보다 먼저 죽었을 것이다.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그를 더욱 죽음으로 몰아갔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들에 의한 마음의 상처였기에 그는 그토록이나 쓸쓸하게 죽어간 것이다.
죽음 후에 가족들의 태도는 놀랍도록 태연하다. 가슴 아파하기는 커녕 여행을 가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다. 한 마리 벌레에 불과했던 그를 치우며 가족들은 행복하다고까지 느낀다. 한 집안의 기둥이었던 그레고르가 그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그렇게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도록 무섭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네 번째 엄마”라는 다큐가 생각난다. 네 번째 엄마라는 제목에 어리둥절했지만 열 몇 살 밖에 안 된 입양아인 그 아이는 정말 네 번째 엄마를 갖게 된 것이었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상이었다고 생각했는 데 변신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니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겪여야 했던 편견들. 그저 재밌게만 보았던 그 영상 속에도 또 다른 그레고르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그레고르와 달리 이 이야기의 아이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된다. 넉넉한 집과 귀여운 동생,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크게 얻은 건 엄마 즉 가족이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버림받고 다시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를 반복한 탓에 그 아이는 여러모로 서툴러보였다. 그런 그 아이를 보며 그레고르가 생각난 건 열 몇 살 밖에 안되었지만 그 아이가 겪었을 상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온전한 가족을 지니지 못함은 그 작고 작은 아이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편견과 부정적인 태도가 그 아이를 그렇게 위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 아이 역시 또 다른 그레고르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이들에 비해 말이 서툴고, 글 쓰는 게 서툴던 그 아이가 겪었을 소통의 부재는 단순한 언어발달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쉬는 시간 내내 선생님께 붙어있어 코알라란 별명까지 있는 그 아이의 그런 모습은 혼자 겪어야했던 외로움의 깊이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외면당했던 그레고르에 비해 ‘네 번째 엄마’속 그 아이는 새로운 가족을 만났고 그 동안 받은 상처를 치유 받고 있는 듯했다. 가족이 때로는 선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인가 보다. 새로운 가족을 만난 그 아이가 다시는 그레고르와 같은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앞서 말한 서울역의 노숙자들이나 ‘네 번째 엄마 속’그 아이처럼 알게 모르게 우리 세상에는 많은 그레고르가 살고 있다. 서로 다른 원인을 하고 다른 형태를 하고 살아가지만 분명하게 그 들이 존재하고, 그 아픔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흔히들 물질주의, 황금만능주의 라고 칭하는 우리 사회. 더 이상의 그레고르의 비극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바라봐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의 능력이나 재산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그를 사랑해주고 아껴주어야 한다. 가깝게 가족들에서부터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더 넉넉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마음의 풍요까지는 안겨주지 못했다. 오히려 돈에 집착하고 물질적인 것에 집착함으로써 우리는 마음의 풍요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겉모습은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겉모습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어리석은 일은 우리 모두를 위해 더 이상 그만두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기에서 조금 더 보탠다면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 가깝게 가족들 관계에서도 단순한 가족부양이 아닌 가족들간의 끈끈한 애정과 사랑이 필요하다. 너무나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이 사회는 우리들에게서 본질적인 것의 소중함을 망각하게 만들었다.
본질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이며 가장 가치 있고 가장 소중한 것들이다. 그럼으로 우리는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진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한다.
그레고르의 일은 결코 머나먼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또 다른 그레고르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