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전을 읽고나서 박씨전을 읽고 나서

박씨전을 읽고 나서...
한낮의 열기가 한풀 꺾이자, 논두렁에서 초저녁의 어스름을 뚫고 개구리의 힘찬 노랫소리가 들려온 한가로운 시간에 어머니께서 보글보글 끓여주신 된장국 냄새와 밥 짓는 냄새를 맡으며 `박씨전`을 읽었습니다.
우리고전 속으로 멋진 항해를 뛰어들면서 박씨 부인의 영웅적인 여성의 활약을 접하자 내 마음은 즐거움의 색채로 번졌습니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性)의 구분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여성들은 엄격한 유교 윤리에 얽매여 사회 활동을 제약받았으며,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어서는 아들을 따른다는 삼종지도를 강요받았습니다.
이처럼 극단적인 인내심을 좇아야 했던 조선시대의 여성들은 사회적 제약에 대한 불만이 싹트면서 그들의 억울한 마음을 `박씨전`에서 그대로 담아낸 것 같습니다.
조…(생략)

지 못했다면 남편의 진정한 사람은 어려웠을까요? 박씨 부인은 비루먹은 말을 천리마로 키워 가세를 일으켰고, 남편 시백이 과거시험을 보러갈 때 연적을 주어 장원 급제하게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남편의 사랑을 찾기가 부족 했을까요? 그러나 절세미인으로 변신하지 않았더라도 갖가지 도술과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까지 지닌 `박씨 부인`을 나중에는 사랑이 아닌 존경으로 부인을 훌륭히 떠받들며 살았을 것 같습니다.
용서를 비는 시백을 향해 했던 박씨 부인의 따끔한 한 마디가 속 시원했습니다.
"서방님께서 진정 예의를 아셨다면 어찌 저의 흉한 외모만을 보고 삼사 년을 천대하셨습니까? 그 얕은 덕으로 벼슬을 얻은들 어찌 백성을 다스리겠습니까?"
<박씨전>에서 남성인 이시백은 평범한 인물인데 비해, 여성인 박씨는 뛰어난 지혜와 재주를 발휘하여 청나라를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습니다. 남성으로부터 보호받는 여성이 아니라 오히려 남성을 보호하는 여성으로 자리해 억눌린 삶을 살아온 여성들에게 박씨 부인은 통쾌하게 대리 만족을 시켜 준 것 같습니다.
박씨 부인의 예지력과 도술을 이용해 적군에 대한 박진감 넘치는 통렬한 복수를 묘사하고, 적장에게 조선의 임금이 항복한 현실을 그대로 취하면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반격을 하여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찾고 열등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박씨전>을 읽으면서 허황된 느낌을 받았지만 민족의식을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박씨의 신통한 힘은 적들을 모두 섬멸할 수 있는데 살려 주면서 쫓는 모습에서 생명 존중하는 모습을 접하게 되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여성도 가정과 사회에서 남성들을 능가하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차별을 받는다면 완전한 세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상적인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박씨 부인처럼 영웅적인 여성이 이 시대에도 태어나야 합니다.
여성에게도 호주권한이 주어져야 하고 남녀가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어야만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으로 여길 때가 분명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