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4

지난 6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강성구의원이 노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언론관을 ‘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고 빗대어 말한 것이 YTN의 돌발영상코너를 통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었던 책인 존 밀러의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를 이렇게 우연찮은 기회로 읽어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시 요즘 참 책이 안 팔리기는 안팔리나보다, 출판업계가 얼마나 불황이면 이런 특이한 제목의 책까지 나오는걸까 하며 궁금해하던 책이기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시켰잖아요?’,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는 겁니까?’,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누가 일을 망쳐놓은 거야?, ‘언제쯤이면 회사의 시스템이 좋아질까?’ 등등의 질문과 불평들을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관리자들은 부하직원들을, 부하직원들은 서로 다른 부…(생략)

보다 발전적인 질문들을 찾아내어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훈련을 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여러 가지 성격의 문제들을 단지 문제로서만이 아닌 자신의 발전을 위한 습관으로 바꾸어가자고 제안합니다.

■ 왜, 누가, 언제 또는 무엇과 어떻게
이 책은 총 36개의 작은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도대체 우리의 책임의식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라는 제목의 파트는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이 파트에서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그곳은 마침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고 있는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면서 그곳에서 팔지 않는 음료를 요청하였는데, 그 종업원은 메뉴에 없는 음료라면서 죄송하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몇 분 후에 그 종업원이 손님이 원하던 음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를 의아하게 여긴 손님이 종업원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종업원은 자신의 사비를 자신의 상사에게 부탁하여 음료를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아니 당장 주변을 보아도 감히 자신의 상사에게 그런 부탁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그곳에 없는 것이라면 손님에게 그냥 없다고 해버려도 그 상황에서 그 종업원을 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종업원은 자기가 일하는 가게에 온 손님이기 때문에 손님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 종업원은 ‘무엇을 하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나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까?’와 같은 발전적 질문을 통해 주어진 순간에 더욱 발전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 역시 이것이 QBQ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종업원이 여타 다른 직원들처럼 시간 때우기에 급급하였다면 그런 행동이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가 행한 서비스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려는 목표의식과 책임감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종업원뿐만이 아니라 종업원의 상사도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누가 상사고 누가 부하직원이지?’라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성공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지’라는 방식으로 아랫사람을 대하였고, 그래서 부하직원이 시키는 심부름도 흔쾌히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상사라는 것을 내세운다던가 쓸데없는 권위를 내세워 직원들을 구속하지 않고, 그보다는 직원들 각자가 개인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달리 생각하면 리더는 다른 사람의 일까지 대신 해줘야 되는가라는 질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리더가 항시 남의 일을 대신해줘야 한다던가, 직원들의 책임과 의무를 대신해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혹은 모든 일을 직원 혼자서 해결하라고 맡기는 방식도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역시 아닙니다. 그러한 방식으로는 어떠한 교훈이나 배움, 혹은 봉사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리더는 팀원들의 장점과 개성을 존중하면서 팀원들에게 문제를 부여하되, 팀원들 각자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모색하며,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태만에 대한 작가의 경험을 예로 들었던 일화는 우리 모두가 각자 태만이나 남에 대한 비난 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루는 책의 저자가 큰 유리판이 있는 책상을 친구에게 주게 되었는데, 이때 친구가 책상을 가져가며 필요가 없는 유리판은 남겨두고 책상만 가져갑니다. 그러나 작가는 유리판을 바로 치웠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태만 때문에 하루하루를 미루다가 그만 그 유리판이 깨지면서 아들이 크게 다칠뻔한 일을 겪게 됩니다. 이는 문제가 작을 때 빨리 치우는 습관을 기르라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건 호미로 막는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교훈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만에 이어 우리가 고쳐야할 점으로 남을 비난하는 것을 들고 있는데 작가는 이 남을 비난하는 습관을 어느 조직이건 고쳐야할 만성적인 고질병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어느 조직자의 말을 빌어서 “사일로 출입구 봉쇄하기라!”라는 표헌으로 같은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는 것이 곧 사일로(곡물을 저장하는 탑 모양의 구조물)의 출입구를 봉쇄하는 것처럼 폐쇄적인 집단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비난의 고리는 조직의 숨통을 조입니다. ‘누가 실수를 했지?’, ‘마감시한을 넘긴 게 누구야?’, ‘도대체 누구 때문에 실패하게 된 거지?’ 이렇게 누가로 시작하는 질문은 비난의 대상, 즉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난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부작용이 크고 비생산적인 것입니다. 비난이라는 바이러스에는 면역체를 가진 사람이 없으며, 저 또한 어떤 일이 잘못되면 핑계를 찾는데 급급했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은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창의성을 억누르며, 사람들 사이의 벽을 두껍게 만들뿐입니다. 이럴 때 존 밀러가 이야기하는 QBQ는 해결을 위한 실마리로 다음의 세가지를 제시합니다.
첫 번째, 모든 QBQ는 ‘왜’, ‘언제’, ‘누가’가 아니라 ‘무엇’ 또는 ‘어떻게’라는 의문사로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 것일까?”처럼 ‘왜(why)?’로 시작되는 질문은 개인을 피해의식에 사로 잡히게 하고, “언제쯤이면 저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까?”처럼 ‘언제(when)?’으로 시작되는 질문은 그 질문을 던진 당사자를 태만하게 만들며, “누가 실수한 거야?”처럼 ‘누가(who)?’로 시작하는 질문은 사람들 사이에 벽을 만들고 비난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
두 번째, 모든 QBQ는 “나”라는 단어를 포함시킨다. 질문에 자신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오직 나 자신뿐이며, 누구도 타인을 변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는 질문을 만드는 건 바로 ‘나’ 자신이고, 자신의 능동적 책임의식은 변화를 창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QBQ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조직과 우리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존 밀러는 위와 같은 3가지 원칙에 입각한 QBQ를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더욱 활기차고 효과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며,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 책을 덮으면서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온갖 핑계와 변명, 무책임이 당신과 당신의 회사를 좀먹는다’라는 문구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스스로에게 계속적으로 발전적인 질문을 함으로써 나 자신도 계속 발전될 것이고 내가 속한 조직도 또한 발전되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가 지금 직면해 있는 과제들, 사회생활, 타인과의 대인관계와 불화, 연애문제, 이직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삶 자체는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삶에 의미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더 많은 의미를 찾고 뭔가 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막상 어떤 문제 앞에서 혹은 실제의 삶 속에서는 너무도 수동적이며 항상 불평하고 인생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드는데 능숙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저 자신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생각 때문에 무언가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을 때 쉽게 흥분하고 “왜 나만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하필이면 왜 나인가?”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항상 공평한 곳이 아닙니다. 만약 보이지 않는 심판의 불공정함에 불평만하고 있다면 결국 심판의 절대적인 힘에 의해 휘둘리고 마는 것입니다. 심판의 불공정함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스스로 자신의 책임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