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오딧세이를 읽고나서 독후감 진중권미학오디세이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1」
태초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진중권은 끊임없이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한다. 가감 없이 날것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말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것을 훑어보지만 잘 모르겠다. 1권에서 진중권은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에셔의 작품을 인용한다. 초반부에 있는 작품들은 초현실주의 같은 작품이 많은데 원시예술을 말하며 고대의 사람들이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의 말마따나 고대의 사람들이 그린 작품은 뭔가 애니미즘적인 작품이 있는 듯해서 그들의 작품에서 신앙을 찾아내고자 했다. 그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았으며 어쩌면 자연과 인간이 아니라 자연전체에서 흡수되듯 함께 공조해 갔을 것이다. 그리고 고대예술로 넘어가는데 고대예술은 아무래도 계급사회가 심화되어서인지 왕 같은 그림도 많았고 신화와 함께 나아가서 그리스…(생략)

책을 쓴 유홍준이 서울대 미학과를 나왔다고해서 그런과도 있냐며 새삼놀랐던 기억이 난다. 주로 사람들의 주관적으로 평가되는 미학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미를 객관화 시킨다면 우리는 결국 미추를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게 될까.
책을 읽어가면서 종반에는 책의 처음에 있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태초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나는 1권을 통해 태초의 아름다음을 서서히 밟아 올라왔다. 미추(美醜)의 관점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이 달라져 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변모해 가고 있는 중이다. 미학오디세이를 읽으면서 미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지식을 갖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추함의 관점에서도 좀 더 궁금해지는 것도 있었다.
가장 깊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원시 예술 쪽이었다. 원시예술 쪽이 오히려 더 자연 그대로를 담았고 그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표현한 게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현대에 가까이 올 수록 미를 다루는 인간들이 똑똑해져서 이해되지 않는 많은 이론들이 생겨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적 판단에도 범주가 있다. 미적 범주란 미의 형제뻘 되는 것들을 가리킨다. 미적 범주, 예를 들어 미, 우미, 숭고, 비극성, 희극성 등이다. 이걸 통칭해서 ‘미적인 것’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 <장미의 이름>에서 중세는 ‘웃음이 없는 문화’라고 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요한 미적범주가 시대마다 달라진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그리스 예술에서는 ‘미’라는 범주가 우세했다. 반면 중세예술은 철두철미하게 ‘숭고’의 예술이었다. 중세에는 희극성을 허락하지 않았고, 저 천상의 ‘미’와 지상의 ‘추’를 대비시켰다. 한편 고전주의 예술은 ‘미’를 추구했지만 바로크 예술은 ‘극적인’ 묘사를 추구했고 로코코는 ‘우미’의 예술이었다. 고전주의자는 예술에 ‘추’를 그리는 걸 일절허락하지 않았지만 낭만주의자는 오히려 허울 좋은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추함’을 폭로하는 걸 즐겼다.
미학오디세이 1, 314p

이렇듯 미적범주에 대한 가능성은 시대마다 달라지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다르므로 유파마다 달라질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미적인 것 또한 돌고 도는 것이 아닐 까 싶다. 시대를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 시대가 추구하는 것들. 미학 역시 인간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향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1권만을 읽고도 뭔가 미학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2권에서는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에 대해 나와 있다고 하는데, 작년에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르네마그리트의 전시회에도 다녀왔고 관심이 있는 편이고 하니 조만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이해되지 않는 그림도 있었던 터라 책을 읽으면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