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를 읽고나서 일반 독후감 미쳐야 미친다

미쳐야 미친다
작가소개 : 960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먼지 쌓인 한적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고전도 코드만 바꾸면 힘 있는 말씀으로 바뀌는 힘이 있다. 한시 미학을 쉽게 풀어 소개한 『한시미학산책』과 『청소년을 위한 정민 손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펴냈다. 이후 조선 후기 산문에 관심을 두어 ‘박지원의 문장을 꼼꼼히 읽은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이덕무의 청언 소품을 감상한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등을 잇달아 간행했다.
최근에는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확장을 모색중이다. 새를 회화와 문학의 코드로 읽은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2책) 외에 와당과 전각에 대한 해설서인 와당의 표정과 돌 위에 새긴 생각도 출간했다. 옛사람과의 만남 속에 떠오른 생각을 모아 책 읽는 소리를 펴냈다. 또한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사유 체…(생략)

아래 스스로를 가만두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런 생각은 18세기에 오면서 무너지고 만다.
광기있는 사람들이 열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식인들이 벽에 들린 사람들 즉, 이런 또라이들에 특히나 열광했다고 한다.
<동양의 광기>중 벽전고사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무언가에 미친 벽이 마침내 광기와 결합하여 정신병리학적으로 볼 때 이상증상이나 왜곡된 욕망 강박 증상 따위를 빚어내는 말로 이른바 또라이의 책이라고 전해진다.
18세기 조선에는 이른바 이런 ‘또라이‘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유옹. 이는 부스럼 딱지를 잘 먹었던 자다, 맛이 복어와 비슷하다며... 어느날 유옹이 맹영휴의 집에 놀러갔다가 맹영휴의 몸에 부스럼이 난 것을 보고 유옹이 먹었다고 한다. 이때 맹영휴가 했던말이 더 가관이다. “유옹이 저를 먹어치우는 바람에 마침내 내몸에 온통 피가 흐르는군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이해가 안갔던 부분이다.
두 번째는 장적. 그는 화훼에 미쳐 귀족집에 꽃이 대야만한 산다화가 한그루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산다화를 애첩과 맞바꾼 사람이다.
또다른 예로는 김군 있다. 김군은 꽃에 벽이 걸린 사람으로 박제가의 백화보서에 이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김군은 하루종일 꽃밭에서 시간을 보냈고, 멍청이라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는 마음으로 만물을 스승삼고 그의 기술은 천고에 으뜸이였다. 그가그린 백화보는 그가 일 년 내내 꽃밭에서 관찰한 피고 지는 꽃의 모양, 잎새 모습, 심지어는 꽃잎의 색깔까지 묘사한 책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 그의 이야기는 박제가의 글뿐만 아니라 책에도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또다른 벽을 가진 사람에는 방호량이 있다. 그는 표구에 벽을 가진 사람으로 정6품 장원서까지 한 사람으로 미천한 신분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림에 벽이 있던 홍현주가 그에게 썼던 글인 벽설증방군회량의 일부이다.
-내가 소장한 옛 그림중 손상된것이 그로인해 새것으로 거듭났다. 방군의 벽이여!또 나에게 비할 바가 아니다. 나의 그림의 벽이 방군의 장황에 대한 벽을 얻어 옛그림의 군더더기들이 모두 깨끗해졌다- 이런말이 있을 정도로 방호량의 실력은 대단했던 것 같다.
또다른 사람은 정철조, 그는 돌만 보면 벼루를 깎는다 해서 호도 석치라고 지었다. 당대에 그가 깎은 벼루가 최고였고 그에게서도 역시 마니아적 근성은 여지없이 나타났다.
그는 돌을 깎아 벼루를 만드는 일을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짓이지 그것을 생계유지 목저그로 삼지 않았다. 그는 돌 재질 또한 따지지 않고 보이는 데로 많은 벼루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림에도 실력이 있어서 벼루를 직접 설계하고 생각해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벼루 아닌 기중기, 도르래, 맷돌을 만드는 것과, 서양 천문학에도 남다른 솜씨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유난히 술을 사랑했던 그는 사람들에게 술주정뱅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처럼 꽃에 미친 김형덕이나 장황에 고질이든 방화량, 벼루에 빠진 정철조등을 제외하고도 18,19세기에 접어들면 경지에 올라선 매니아들이 늘어난다.
김억: 칼 수집에 벽이 있어 칼마다 구슬과 자개를 박아 꾸며서 방과 기둥에 주욱 늘어놓고 그런 칼들은 매일 번갈아차도 다 차보지 못했다는 칼 매니아
김석호: 매화시광이라고도 불린다. 매화에 벽이 있어 뜰이 매화 수십 그루를 심어놓고 시에 능한 사람이라면 신분의 상하를 따지지 않고 매화시를 받아와 비단으로 꾸미고 옥으로 술을 달았다고 한다.
이유신: 수석에 벽이 있어 호까지 석담으로 정한 사람
신위: 돌에 미쳐 돌을 주우러 여기저기 다녔고 심지어는 중국에 갔을 때, 가는 곳곳마다
돌을 주어와 그 그림을 그려서 시까지 쓴 사람이다.
미원의 심씨: 국화에 미쳐서 홀로 국화 48종을 재배했다.
김홍도: 매화를 아낀 나머지 그림 값으로 매화를 받고, 그림값 3000냥을 쾌척해 매화를 샀다.
이옥: 담배를 유독 사랑한 사람이다. 담배에 관한 기록들을 주제별로 모아 연경이란 책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유득공은 비둘기를 특별히 아꼈다. 또한 이서구는 앵무새를 특히 좋아했는데, 아버지에게 종아리를 맞으면서 그 눈물로 앵무새를 그렸다고 한다.



느낀점: 제목 ‘미쳐야 미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미친 듯 몰두하지 않고는 독보적인 경지에 이를 수 없음을 가리킨다. 이러한 열정과 광기는 세상의 벽에 부닥쳐 분노와 좌절을 삼켜야 했던 동서고금의 빼어난 인물들이 시대를 뚫고 나아간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무엇에 미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몰입이 될지는 몰라도 미치기까지는 정말
엄청난 집중에 그것에 대한 사랑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에 ‘몰입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었는데 미친다는 것과 몰입은 분명 다른거겠지;;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무엇에 미쳐보았나 생각해 보았다. 난 하나를 보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책이고 만화책이고 미드나 일드 모두 하날 보면 그 자리에서 왠만한 건 끝낸다. 하지만 책에서 읽은것 처럼 그 수준이 ‘벽’에 다라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걸 위해 무엇인가를 미친척하고 해본적도 없었고 그 열정이 결코 두세달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김득신. 글쓴이는 김득신을 엽기적인 노력가라고 평하고 있다. 그렇다. 김득신은 ‘백이전‘을 1억1만3천 번이나 읽었던 독서광이다. 내가 지극히 독서를 좋아하지 않기에 그런 그가 더욱 더 기억에 남고 존경스럽다. 백이전을 제외하고도 1만번 이상 읽은 책이 상당하다. 어떻게 한권의 책을 백번도 아니고 천번도 아니고 11만번을 읽다니 정말 지겨워서라도 못할 짓이다. 하지만 그는 해냈고 그런 이유에서 작가는 김득신을 엽기적이라고 까지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스로 지혜가 부족하고 재주가 몹시 노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독서만큼은 부지런히 행했던 인물. 나에게 부족한 자질 중에서 으뜸으로 손꼽힐 수 있는 끈기. 아무리 능력이 없고 부족하다 할지라도 끊임없이 정진하고 노력하고자 하면 안 되는 게 없는 것을. 앞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그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쉽게 포기하고 살았다. 앞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위해서는 많은 고난이 따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쉽게 포기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 정말 그래야만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나를 깨우쳤다.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맛난 만남’ 두 번째 파트이다. 제목부터가 다른 부분과 다르게 맘에 쏙 들었다. 맛난 만남- 즉 소중하고 멋진 만남 그 자체를 말한다. 신분을 초월하여 당시 보잘 것 없는 화가인 이정과 허균과의 만남, 기생 매창과 허균과의 마음으로 통했던 진정한 사랑, 다산 정약용과 유배 시절에 만난 제자 황상과의 만남, 박지원이 박제가에게 돈을 꿔달라는 편지를 쓰면서도 상대방에 대해 피차 구김살이 없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깊은 정과 든든한 신뢰의 관계, 박제가와의 편지에서도 드러나는 그분의 멋진 당당함을 닮고 싶었다. 무엇을 할 때 당당함이 없다는 것,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 잘 알기에 나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것 같다. - 유배기간동안 보고 싶은 가족들과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그 안에서 가족들 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다산 정약용의 편지를 통한 만남까지..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 _-편지를 써본 게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살면서 이런 만남만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든다. 난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을 정말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전도 그랬고 그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인생이란 것이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런데 혼자 살겠다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백억 천억이 있어도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만은 확신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배신하고 짓밟는 사람이 있다. 정말 정말 후회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지루한 역사책에서만 봐왔던 사람들과 한층 가까워졌다. 매일 자연이 어떻고 세상이 어떻고 읊어대서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는데 부스럼을 뜯어먹는등- _- 사이코적인 모습도 볼수 있었고, 그들의 인간관계까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