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을 읽고 레디메이드인생

레디메이드 인생
일제시대의 대학을 졸업한 인텔리 주인공 P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고등 실업자이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신문사 사장K를 찾아가 아부를 하며 취직을 부탁하지만, 역시 취직하지 못하고 농촌에나 내려가 문맹퇴치나 생활개선 운동이나 하라는 소리를 듣고 온다. 그런 상황에서 시골집에 맡긴 아들이 올라온다는 형의 편지를 받고 화가 나서 편지를 찢어버리는 P에게 집주인은 방세를 채근한다. 이때 마침 비슷한 처지의 친구 M과 H가 찾아오고, 그들은 고등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실업자로 전락하는 뒤틀린 세상을 비판하며 농담을 주고받다가 H의 법률서적을 전당포에 저당 잡혀 놓고 그 돈으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처지에서도, 술집 여급에게 돈을 던저주고 나오는 몽상가이자 허영가이다. 다음날 아침, 아들이 올라온다는 전보를 받은 P는 돈을 마련해 살림을 장만하고 아들이 자신처럼 고학력 실업자가 되느니 경제적…(생략)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좌절되는 현실 역시 보여주며 그를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에 고학력 아버지가 아들을 자신처럼 만들지 않으려 인쇄소에 취직시키는 모습에서 깊은 슬픔마저 느껴졌다. 지금 보면 어리석은 일 같지만 깊이 생각 해 보면 자신의 고통을 물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깊은 부정을 느낄 수 있다. 나라를 잃고 자신의 미래마저 잃은 인텔리들의 아들은 자신처럼 만들지 않으려는 부정은 뒤틀린 현실에서 더욱 안타깝게만 보인다. 뒤틀린 사회가 만들어낸 아이러니, 이 아이러니는 일제 시대 뿐만 아니라 현 시대에서도 투영된다. 고학력 청년 실업자들. 이런 아이러니가 일제시대, 그리고 지금으로 끝나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게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