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을 읽고 레디메이드 인생

레디메이드 인생
저자 : 채만식
출판사 : 하서
난 처음에 레디메이드 인생이라고 해서 무슨 말인지 의아해 했고, 무슨 외국 작품인 줄 알았다.
근데 작가는 채만식이라서, 아! 그래도 유명한 소설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또, 채만식이면「탁류」「태평천하」「치숙」등 왠만한 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르는 것도 세상에는 되게 많구나! 라고 느꼈다. 어쨌든 책을 읽는 중에도 레드메이드 인생에서 레디메이드가 뭔 말인지 몰랐다. 특히 마지막에 P의 대사중에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라는 말을 끝으로 소설이 끝났을 때는 더욱더 `레디메이드가 뭐야?` 라고 속으로 많이 궁금했다. 여기서 레디메이드란 `기성품 인생`, `실업자` 등의 뜻으로 특색 없고, 열정 없고, 판에 박은 듯한 뜻으로 좁게는 식민지 시대의 인텔리, 넓게는 한국인 전체의 삶을 지칭하는 뜻이라 한다. 배…(생략)

면 주인공 P는 대학을 나온 실직 인텔리로서 극도의 빈궁에 시달리며 구직을 위하여 바쁘게 움직이던 어느 날 모신문사 K사장을 찾아가나 일자리를 거절 당하고 오히려 농촌에 들어가서 헌신적으로 일을 하거나 문맹 퇴치에 나설 것을 종용 받기도 한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에 농촌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 것이며 문맹 퇴치는 어떻게 하겠는가를 항거하면서 K사장의 엉터리 수작과 위선에 분노를 느끼며 뛰쳐 나왔다. 광화문 거리를 걸으면서 낡은 구두, 구기적거리는 양복 바지, 땟국이 흐르는 셔츠 등 형편없는 자신의 옷차림과 화려한 여인들의 옷차림을 비교하면서 담담한 미소를 띄우고, 호기를 부려서 분에 넘치는 고급 담배를 사 들고 방세와 전기세가 두 달씩이나 밀려서 들어가기가 죽도록 싫은 집으로 돌아온 P에게는 고향의 형으로부터 어린 자식을 올려 보내겠다는 편지 내용을 확인하고 한숨을 쉰다. 난 지금까지 계속 이름을 안 쓰고 P니 K니 해서 무슨 익명성 어쩌구하는 그런 소설인 줄 알았다. 꼭 김승옥의 ` 서울, 1964년 겨울`에서 처럼 말이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작품해설까지 읽었지만 그런 말은 없었다. 이혼한 아내 사이에 낳은 아이를 맡아 기르던 형이 취학할 나이가 되었으며 책임지고 학교에 보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P는 데려오더라도 학교에는 결코 보내지 않으리라, 인텔리를 만드는 것을 곧 아이의 장래를 자신처럼 `레디메이드 생`으로 만드는 참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난 이 부분에서 또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 아무리 시대가 시대라도 진짜 실력이 있으면 다 취직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시대도 I.M.F.로 서울대학을 나오더라도 취직할 데가 없다고 하지만 진짜 실력이 있다면, 다 채용된다. 그렇기에 아들이 자신처럼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지레 겁을 먹고 아예 기본적 공부도 안 시키는 것은 오류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마침 찾아온 같은 신세의 친구인 H와 M을 따라 이곳 저곳 방황하다가 동관의 윤락가로 가서 술을 마시고 50전도 좋고 20전도 좋으니 제발 자고 가라고 붙잡는 술집 계집아이에게 주머니 속의 재산을 몽땅 털어주고 뛰쳐나오고 만다. 밖으로 나온 P는 정조를 빼앗기고 자살하는 돈 많은 여자의 모습과 20전에 정조를 팔려는 무산 계급에 속하는 여인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K사장의 화려한 생활과 위선적인 행동을 떠올리며 자신의 따분한 모습을 생각한다. 다음 날 아들 창선이가 경성역에 도착한다는 전보를 받고 친분이 있는 어느 인쇄소 문선 과장에게 아들을 견습공으로 채용해 줄 것을 부탁하고, 여기 저기서 돈을 마련하여 간단한 취사 도구를 준비하고 경성역으로 나아가 아들을 맞이한다. 아들 창선이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한없는 애정을 느끼면서 창선이를 데리고 인쇄소에 맡긴다. 내키지 않는 발을 돌리면서 `레디메이드 인생이 드디어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소설이 끝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식민지 체제에 대한 끊임없는 불만을 통하여 자신의 무기력에 대한 자기 비판으로 나아간다. 열 살도 채 안된 아들의 손목을 이끌고 인쇄소로 데리고 가서 지식인보다는 노동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독백을 통하여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과 노동자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민족 문제에 대한 암시가 전혀 없다는 데에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이렇게 짧고도 재미있는 소설이면 앞으로도 또 읽을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풍자성이 강하고 반어적 표현을 많이 써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