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

지난 겨울방학에 나는 채만식의 ‘탁류’를 읽어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책을 구하는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누나가 채만식의 다른 작품 ‘레디메이드 인생’을 추천해 주어서 읽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P는 신학문을 배운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는 실업자이기도 하다. 배울 것이라면 나름대로 많이 배운 지식인 P가 왜 실업자가 되었는지는 작품에서 제시된 시대적 배경과 그가 처해있는 상황이 말해주고 있다. 지식인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가난에 시달리던 시대, P도 그런 부류들 중에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P는 그저 세상 모든 것이 원수스럽고 짜증나며 삶이 허무하다고 한다. P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적인 문제점과 그의 앞으로 부담이 되고 있는 방세와 전기세가 두 달치나 밀려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생략)

따르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상상을 해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이미 만들어진 인생이 그저 팔리기를 고대하고 있는 듯한 삶의 태도가 얼마나 슬픈 것인가 하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내 삶을 내 힘으로 개척하며 매순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