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 독후감 독후감 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작가의 글은 일부러 찾아서라도 읽을 만큼 좋아한다.
그 남자네 집, 아주 오래된 농담,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등등... 그 중에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는 정말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글인 것 같아 내가 특히 더 아끼고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이 수필이 아니라 소설이긴 해도 그 오래된 어린 시절의 일들을 이렇게 상세히 기억하면서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자손녀들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시듯 나직한 목소리로 조근 조근 얘기해 주는 것처럼 감칠 맛 나게 써 내려간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들게 된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생활한 사람들이 내게 있어 한없이 부럽게 느껴지는 까닭도 이 작품에서 나오는 작가처럼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해 보지 못했다는 데서 나온 것이 아닐까. 오히려 어머니의…(생략)

처음에 읽었을 때는 싱아 라는 식물이 어떤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우연히 가족이랑 외가댁에 갔다가 우연히 먹어보게 되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 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는 표현이 정말 제대로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봄철에 새 순이 쑥 올라온 것이 한 눈에 보이는 여리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약간 아삭거리면서 새콤한 맛이었었다. 아 이것이 바로 그 싱아라는 것이구나 하는 감동에 몇 개나 더 먹어보고 신기해 한 적이 있어 더욱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되었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란 나에게 이 책은 미처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골생활에 대한 보상이라도 주는 것처럼 상세하고 흥미롭게 묘사가 되어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저렇게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즐거웠던 것 같다. 혼란스러웠던 해방 이후와 6.25전쟁을 겪고도 모자라 서울 수복 후에는 ‘빨갱이’로 몰려 집안은 무너져 정신적으로 많은 충격을 받고 잔인한 운명을 온 몸으로 뚫고 나온 작가의 아픔이 고스란히 와 닿았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 문초를 받고 그들의 경멸 하는듯한 시선을 받으면서 체념하고 있는 듯한 그 때의 작가의 모습에 몸서리가 쳐질때도 있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를 그렇게 노골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내다니 정말 개인적으로는 불운하였겠지만 작가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큰 재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6.25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생생히 체험했던 기억이 작가의 다른 작품 속에서도 많이 묘사가 된 것을 보았는데 그 어떤 교훈적인 내용보다 더 전쟁의 비극이 생생히 재현되고 있었다.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가 전혀 소용없고 주어진 운명만이 존재하는 그런 시대에 대한 아픔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나타나있어 마치 나 자신이 그 시대를 살다 나온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6.25전쟁의 역사를 자세하게 서술해놓은 글보다 이 작품에서의 평범한 가족이 절망으로 빠져 들어가는 그런 모습에서 전쟁의 무서움을 더 느꼈다.
아름다운 박적 골의 평화롭고 풍요로운 모습과 대비되는 해방 이후의 혼란과 전쟁의 와중에서 가족이 무너지고 죽음이 갑자기 다가오는 감당 못할 사건들을 만나다 보니 한참동안이나 이 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오래오래 여운으로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