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카일을 읽고서 닥터 카일

<닥터 카일>을 읽고서
몇 년 전 이모가 사온 책 중 <닥터 카일>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은 동화집이었는데 지금까지 내 기억에 생생하다. 동화 중에 “닥터”나 “의사”라는 말이 들어간 것을 검색해보니 “닥터 두리틀”, “닥터 노먼 베쑨” 같은 책들이 나왔다. 다 한결같이 의사의 아름다운 마음을 담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의사”에 관한 내용과 딴판이었다. 이 책은 마음씨 나쁜 의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제까지 읽은 책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이야기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데, 동네에 “카일”이라는 의사가 오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다.
이 책의 배경은 1800년대이다. 주인공 카일은 고아였다. 어릴 때 고아원에 버려진 카일은 르부아라는 큰 도시에 살면서 큰 돈을 벌었다. 그 돈은 전혀 깨끗한 돈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치면서 돈을 갈취했다.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자란 그가 사랑을 못 받…(생략)

이바조브 사람들은 돈을 모르고 살았다. 그저 그 곳에서 자기네들이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며 먹고 산 것뿐이다. 하지만 카일은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병원을 차려 먹고 살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신이 보내준 병원인데 왜 카일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 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 때문에 카일은 신에게 조공을 바친다는 명목 아래 먹을 것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처음엔 매일 먹고 살 정도만 되었지만 욕심 많은 카일은 신은 많은 것을 원한다며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자신이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멍청하게 신을 위해야 한다며 철저히 먹을 것을 바쳤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중에도 똑똑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소비였다. 소비는 태어날 때부터 아주 총명해서 카일이 신의 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리고도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소비는 르부아로 가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르부아로 가 경찰을 부르고, 카일을 내쫓는다. 하지만 바보 같은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소비를 신의 반역자로 몰아세우고 카일을 숨겨 준다.
여기서 우리는 재밌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카일은 그 당시 군주들을 의미한다. 군주들은 힘없는 백성들에게서 많은 돈을 갈취했다. 정작 자신들은 일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백성을 뜻한다. 바보 같은 백성들은 그런 카일을 믿고 따랐으며 오히려 소비라는 아이를 신의 반역자로 몰아세웠다. 군주들은 백성이 무식하도록 내버려 두었음에 틀림없다. 내가 카일이었으면 분명 르부아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었거나 혹은 그냥 이바조브를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1800년대의 군주들은 백성들을 무식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래야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백성들은 그 중에 똑똑한 소비라는 아이를 믿지 않은 것이다.
결국 똑똑한 소비는 경찰을 따라 르부아로 갔고,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그 곳에 남았다. 소비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살아온 고향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카일은 르부아로 가려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 곳은 매우 위험한 지옥이라고 겁을 주었고 마을 사람들은 르부아로 가지 않으려는 생각을 그만 두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은 삶의 목표를 잃고 자신들을 탓하며 마침내 르부아로 가서 생을 마감하려 하였다. 카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지옥 같다는 르부아에서 죽음을 맞이하려 한다. 하지만 그 곳은 마을 사람들이 생각한 것과는 달리 아름다운 번화가였다. 이바조브 사람들은 카일이 거짓말했음을 알아차리고 이바조브로 돌아와 카일을 죽인다.
나는 이 동화를 읽고 독일의 히틀러와 독일 사람들이 떠올랐다. 독일 사람들은 히틀러가 유태인 학살을 주장할 때 맞장구를 쳐댔다. 하지만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로 자신의 나라가 쑥대밭이 되자 히틀러는 없었어야 할 인간이라고 떠들어댔다. 자기들이 믿고 따른 히틀러였는데 히틀러가 무너지자 한 순간에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일을 꾸민 것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독일 사람들은 히틀러라는 인물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동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닥터 카일의 이기적인 면모와 바보 같은 마을사람들, 똑똑한 소녀 소비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