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많던 싱아를 다 먹었을까를 읽고나서 싱아 독후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제목부터 재미있었다. 싱아는 다 뭐고, 뭘 다 먹을까 하는 재미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싱아에 대해 나오는 구절은 아주 적다. 그래서 나는 왜 작가는 제목을 그렇게 붙였지? 내 생각엔 옛 추억, 지난날의 모습을 되 집어 생각하는 뜻의 제목을 붙여야 할텐데....하며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 제목을 볼 때에는 싱아 라고? 역시 소설이다 보니 싱아 라는 특이한 열매가 나오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소녀가 싱아라는 특별한 열매를 즐겨먹다가 어른이 되자 사는 곳의 환경이 바뀌어 싱아가 없어져서 슬프다는....대충 그런 이야기겠다 하며 내 맘대로 줄거리를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그 생각과는 정반대인 싱아에 대한 정확한 언급한번 되어있지 않는 내용에 나는 무척이나 황당했다. 하지만 추측에 빗나간 이야기 때문에 나는 다…(생략)

을 들어가면서도 이루려고 하니 참 대단하다. 그래서 소녀도 오빠에 이어서 어머니에게 끌려 서울로 가게 되었다. 소녀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틀을 만나 그 안에서 갇혀 사는 그런 생활을 했다. 자유로움 대신 답답함 말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지만 결국 그녀도 소녀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소녀도 차츰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갔고 소녀의 우상이나 다름없던 총명한 오빠도 엄마, 할아버지의 원하던 대로 좋은 학교를 다니고 총독부에서 일하게 되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전에도 중풍으로 고생하셔서 그리 크게 놀란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소녀를 애지중지 해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소녀에게 아버지보다 더 큰 아버지를 잃은 것과 같다. 할아버지의 상을 마치고 또다시 소녀와 소녀의 오빠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오빠는 총독부를 그만두고 와타나베 철공소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총독부를 왜 그만뒀냐며 서운해 하셨지만 월급이 2배인 와타나베 철공소를 그리 싫어하시는 눈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빠가 와타나베 철공소에 있는 동안 오빠는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그 신혼은 얼마안가 신부의 죽음으로 깨어졌다. 원래부터 병이 있었는데 오빠는 그걸 알면서도 결핵환자와 결혼했던 것이다. 집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내게는 멋진 사랑이었다. 이런 내용은 텔레비전에서도 많이 봤지만 책에서 읽으니 느낌이 색달랐다. 오빠는 신혼이 깨어지고 나서 새 부인를 맞아들였다. 중학교 선생에 취직도 했다. 그리고 오빠의 행복한 신혼을 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빠는 점점 변해갔다. 공산당의 앞잡이 같은 것을 하게 되고 마시지 않는 술까지 마신 것이다.
하지만 곧 잠잠해지고 소녀는 대학생이 되었다. 이제야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나는 소녀가 언제쯤 어른이 될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머니와 가족들은 오빠가 출근하는 중학교 간사로 이사를 갔고 소녀는 자기를 친딸처럼 여겨주시는 작은 숙부께 갔다.
어느 날 전쟁이 났다. 인민군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모두들 피난을 떠났다. 그러나 소녀의 가족들은 그냥 남았다. 그 이유는 소녀의 오빠가 인민군에게 끌려가서 오빠를 기다리며 남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 피난을 안 갔다는 이유로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힘들어야 했던 소녀. 나 같았으면 그냥 안 있었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이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피난안가고 남아있었다는 이유로 인민군과 접촉하는 빨갱이 취급을 하다니내 속이 얼마나 부글부글 끊던지. 사람들은 소녀의 가족을 빨갱이로 간주해 버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시민권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가족들은 힘들게 시민권을 따고 빨갱이 취급을 받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소녀의 가족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많이 해보았지만 ‘참 운이 좋다, 그래도 이 집안은 진짜 운 좋은 집안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들게 한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시민권을 딴 내용이다. 어쨌든 그들은 시민권을 따고 소녀의 오빠도 집으로 돌아왔다. 낡고 허름한 모습. 그래도 오빠가 돌아온 것은 진짜 천만다행이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약간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녀의 오빠가 끌려갈 때 나는 이 책에서 소녀의 오빠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으니 이 이야기는 조금 슬프지만 그래도 해피엔드가 아닌가? 이제 초점은 다시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다. 그때 당시의 우리나라 모습의 처참함이 눈에 아직도 선하다. 그리고 그런 고통 속에서도 꿋꿋히 살아주신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참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나 같았으면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버텨 낼 수 있었을까? 지금 내 성격으론 잘 버텨 내는 건 무리 인 것 같다. 지금은 이렇게 편안한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지금 우리가 평화롭게 살기 전에는 참 어수선한 세상이...가난하고 힘없는 세상이...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