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영혼이따뜻했던날들

따뜻한 내 영혼
도서명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the Education of Little Tree)
출판사 : 아름드리
지은이 : 포리스터 카터 (1925년 출생, <조지웨일즈의 복수의 길>,
<산 위에서>등이 있다. (옮긴이 : 조경숙)
이 책은 어렸을 때 부모를 읽고 고아가 된 어린 소년이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숲속에서 자연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배워나가는 맑고 순수한 영혼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주인공인 ‘작은 나무’가 함께 살게 되는 할어버지와 할머니는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이어 받았기 때문에 체로키 인디언이 살아가는 생활 습관을 익히게 된다. 체로키 인디언들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 속의 지혜를 폭넓게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이 책은 인디언의 혈통을 이어 받은 포리스터 카터라는 작가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각색하여 자전적인 소설을 쓴 것이라…(생략)

내가 한번도 멈추지 않고 책을 끝까지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겉표지에 있는 나뭇가지를 들고 인디언복장을 한 ‘작은 나무’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머리 속에 소년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으니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층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인 ‘작은 나무’가 되어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착각에 빠지기 도 했다. 식사시간이 되어도 모처럼 책을 들고 식탁에 앉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이자 가족 모두가 의아해 하며 관심을 보였다. 부모님께도 ‘작은 나무’이야기를 잠깐 들려주었다. 어느덧 나도 의젓한 청소년이 되었지만 되돌아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이 책의 주인공과는 너무도 다르게 생활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자연 속에서 생활의 지혜를 얻을 때 나는 또래의 친구들과 사회성을 배웠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를 논할 수는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소설 속의 어린이처럼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생활의 지혜를 익히며 살아가는 모습이 더욱 값있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특히 정치권력자들이 뇌물이나 각종의 비리에 얽매여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는 것이 뉴스에 보도될 때면 아직 학생인 나도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많았다. 가치관조차 혼돈스런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작은 나무’가 가진 순박성과 순수성은 나에게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했다. 비록 그것이 내게는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지나간 날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언젠가 박물관에 다녀온 적이 있다. 우리 선조들께서 자연 속에서 살아갈 때의 모습들이 미니어쳐로 꾸며져 있었다. 이때 나는 그 모습만을 보고 어떻게 저런 환경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자연친화적인 삶이 얼마나 현대의 각박함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더 이 책이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친구들은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터넷과 게임을 한다. 사실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연 속에서의 또다른 삶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을 것이며 세상은 문명의 이기속에 아름다움 보다는 기계문명의 미학쪽을 더욱 높이 평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욕심에 물들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더욱 값있게 보여 지는 것일 것이다.

미국의 서부영화를 보면 백인들과 인디언들이 싸우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빼앗으려는 백인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필사의 발버둥을 치는 인디언들.... 그리고 결국은 빼앗겨 버리고 도망가거나 죽임을 당하는 인디언들... 이 책의 ‘눈물의 여로’라는 부분에 이러한 장면이 조금 묘사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의 주인공에 몰입되어 있기에 마치 내가 당하는 설움처럼 억울해 지고 분통한 마음이 되었다. 이 부분에서 백인들의 이중성도 볼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빼앗고 또 한쪽에서는 그 빼앗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는 모습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가슴아픔이 존재하고 있었다. 주인공이 부모님을 읽고 할아버지의 다리에 말없이 매달려 있을 때도 그랬고, 위스키를 만들어 관리들에게 쫓겨가는 모습을 볼 때도 그랬고, 주인공이 고아원으로 끌려갈 때도 그랬고, 할아버지의 죽음앞에서는 가슴이 아프다 못해 호흡이 멈춰버릴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연과 더불어 아름답게 생활하는 모습이 나를 더욱 기쁘고 가슴 설레게 했던 것 만큼은 틀림이 없다. 잊혀져 가고 있던 나의 순수함을 ‘작은 나무’라는 소년이 깨우쳐 주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생활속의 모습들을 잘 표현해 낼 수 있는지 작가의 세심함에 다시 한 번 존경의 뜻을 표한다. 우리는 ‘작은 나무’에게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작은 나무’는 비록 우리처럼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환경에 있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가는 책을 할머니가 읽어주게 됨으로써 역사을 익히게 되었고, 사전을 외우며 단어를 공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연학습을 통해 몸소 체험하며 배우는 산지직이 많았기에 이러한 책을 감수성있게 써내려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얻어낸 교훈은 물질적 풍요 말고도 얼마든지 풍족하게 사는 방법이 있다는 것과 남에게 사랑을 주는 올바른 자선의 방법,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방법,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 자연속에서 취하고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책들을 많이 읽어 비록 직접적인 체험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하여 나의 정서가 메말라 가는 것을 막아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를 잃고 슬퍼할 때 해 주었던 말이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가슴아파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방법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가슴을 안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은 더욱 옳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