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비행기를 좇던 푸른 잠자리와 같은 것일까 나의 꿈은

나의 꿈은, 비행기를 좇던 푸른 잠자리와 같은 것일까.
하늘을 알고 있습니다. 시리도록 파아란 흐름을 가진 하늘도 좋지만, 나는 깊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하늘을 압니다. 서로 다른 두 빛깔임에도 절대 섞이지 않는 이질감을 가졌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하늘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별이 수놓아진 밤하늘을 본 사람이 있다면 그 순간에 가슴 가득 타오르던 열정과 환희와 감동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시선을 확 잡아 끌어 떼어 놓을 수 없도록 하는 묘한 마력에 이끌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작지만 강렬하게 빛나는 보석들을 바라보며 느끼던 그 순간의 기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밤하늘의 모습은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깊지만 완전하지 않은 빛깔의 검은 하늘도, 마치 천사의 머리 위에 놓여진 그것처럼 동그란 형태를 띠며…(생략)

다른 건 없어?". 이 말이 제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그들은 모를 것입니다. 더불어 말하자면 제가 이 장래희망을 말한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심지어는 그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희망적인 말을 해 준 적이 없습니다. 저로서는 단지 좋아하는 일을 평생동안 하고 싶기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을 뿐인데 말이죠.
새삼 `현실`이라는 이름의 벽이 얼마나 크고 높은지 깨달았습니다. 어른들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직업`이라 부르고, 어린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직업`이라 말하죠. 그리고 저는 지금 그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꿈`과 `현실`사이에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 당황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천문학자가 되겠다 말하면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아니, 그것은 굉장히 부드러운 표현입니다. 더 심한 말도 많이 들어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아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눌러 참고는 했습니다. 그들 모두 저를 생각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참는 것이죠. 하지만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저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토록 한결같을 줄 몰랐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제게 "그건 아니다." 라고 말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실망이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말로 그것 아니면 할 일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누군가 그랬습니다. 제가 되고싶은 일들을 나열한 것을 보고는 "너는 딱 굶어 죽기 좋은 직업만 고르는 구나." 라고 말이죠. 그 당시 나열되어 있던 제 꿈들은 소설가, 천문학자, 파일럿 등등이었습니다. 기분이 상했지만 저는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의 이성은 그 말이 옳다고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만난 제 또래 친구들은 하나같이 가까운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직업들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방송국 PD라던가, 선생님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그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는 유치원 때처럼 "어린이 여러분,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세요?" 하고 물으면 "소방관이요!" 또는 "간호사 언니요!"라고 대답할 나이는 지났으니 말입니다. 고등학생이라 함은 돈을 벌어 사회에 나가서도 당당하게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안정적이고 보수가 좋은 직업을 노려야 하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그게 왠지 슬펐습니다. 제가 처음 천문학자가 되겠다 했을 때 옆에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 하던 친구는 이제 교대에 들어가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꿈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것은 살기 위한 현실입니다. 만약 집안이 풍요롭고 부모님께서 적극 추천해 주셨더라면 그 친구가 끝내 선생님이 되었을까요? 친구는 여러 대회에서 상을 많이 탔던 재능있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 낡은 피아노를 덮개로 덮어 놓고 오래도록 들여다 보지 않은 채 선생님이 되려 하는 것입니다. 과연 선생님이 되고 10년이 지난 후에 후회하고 있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직업으로 전락한 미래는 더 이상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친구 뿐만 아니라 많은 제 또래의 아이들이 꿈을 접고 현실을 선택해 나가니까요. 그런 그들에게 이제 너희들에게는 꿈 따위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말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택한 삶의 방식이며, 미래라는 것을 아는 이상 존중해 줘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 자신마저도 돈을 벌기 위해 꿈을 포기한다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 부족한 것 없이 풍요롭고 안락한 생활을 하며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꽤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한들 그것이 어떻게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하던 것을 포기하고 즐겁지도 않은 일을 되풀이하며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멋진 집과 좋은 차와 훌륭한 명함이 다 무슨 소용일까. 결국에는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을 잃었는데.
문득 까닭없이 슬퍼졌습니다. 제게 "제발 안정적이고 괜찮은 직업을 찾아 보거라. 여자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가장 좋아. 천문학자가 다 무슨 소용이니?" 라며 많은 조언을 해 주셨던 분들 역시 30년 전만 하더라도 각자의 꿈이 있었을 것입니다. 꼭 이루어 내고 말리라 했던 꿈이.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현실이라는 벽에 가로 막혀 버린 미래를 찾기 위해 살기 위한 길을 택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알지 못하는 새 조금씩 조금씩 그 옛날의 두근거리는 떨림을 잊어 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워 집니다. 정말 30년 후의 자신은 아이들에게 대기업의 직원 자리를 권하고 있을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떠한 목소리로.... 정말 태연히 그렇게 권할 수 있을지. 자신 역시 30년 전에 느꼈던 꿈을 향한 두근거림을 까맣게 잊고 한 명의 부모가 되어 자식에게 현실을 강요할 것인지.
저는 아직도 천문학자가 될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립니다. 이렇게 기쁘고 힘이 넘치는 것 같고 막 웃고 싶어지는, 이러한 떨림을 도저히 멈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마치 그것만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오로지 그것만 꿈꾸게 됩니다. 제게 내정된 운명 중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 셋 있다면 그것 중 하나는 태어나는 것이고, 하나는 죽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천문학자가 되는 것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 이상의 다른 길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바라볼 필요도 없는 것만 같은 확신이 들 정도로 간절히 꿈꾸는데 다들 모두 반대만 하니 너무하다는 생각도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몇 번 감춘 적도 있었죠.
그런 반응들을 접한 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하던 제 확신도 그 오랜 시간 동안 닳고 닳아 이가 빠져 버렸나 봅니다. 이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은 언제나 그 곳만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제가 걸어야 할 길을 말하라면 주저없이 천문학자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주위에서 제 몸을 꼭 붙잡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눈 앞에 보이는 확실한 길을 따라 걸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시인 이야기라는 책을 보면 잠자리 주제에 좋아하는 코스모스의 편지를 전해주려고 비행기를 따라잡으려 한 주인공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어리석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가 보여 준 열정과 끈기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쓰러져도 날고, 지쳐서 넘어져도 시선은 언제나 비행기만을 향해 타오르던 그의 열정은 정말 감탄할 만큼 대단한 것이었죠.
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그 책이 다 끝나도록 잠자리는 비행기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애초부터 도전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었습니다. 날개도, 몸도, 속력도, 잠자리는 어느 무엇 하나 비행기를 따라 잡을 수 있는 바탕이 되질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하고 싶어했고 도전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점에서 그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하고 싶다는 집념하나로 애초부터 비교가 되지 않는 도전을 했던 잠자리와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도, 그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혼자서 발버둥치다가 그저 그것 뿐으로 끝나게 돼 버릴까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30년 후의 저는 제 아이들에게 대기업의 간부자리를 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는 것조차 너무 가슴 아픈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꿈`을 포기할 수 없는데.
사람들은 꿈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다 말하지만 저는 이대로 놓아 버릴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지구 역사상 최고의 어리석음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택한 길을 가지 못해 안달이라니 비웃음을 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작은 가슴 가득 사랑하게 되어 버린걸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바라보고도 웃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밤 1시가 되면 집 밖으로 달려 나가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 어떤 보석도 이 하늘 아래서는 빛을 낼 수가 없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정말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그랬던 것이 하루, 이틀. 저는 평생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아름다운 밤하늘만 평생 보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정말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이상한 확신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늙어서 주름살이 잔뜩 배긴 할머니가 되더라도 지금의 이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갈 것입니다.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말을 생각하면 다시 슬그머니 웃고 맙니다. 무언가 커다란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바라 보았을 때 그 자리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고 말한 뒤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모두들 처음엔 황당해 하다가 정말이냐고 재차 확인하고는 비관적으로 이야기들 하곤 했습니다. 아니면 그저 그렇겠거니 하면서 넘어갔을 뿐입니다. 정말 단 한 번도 제 꿈에 대해 희망적인 발언을 들어 본 적이 없다니, 제가 생각해도 약간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해낼 것입니다. 비행기를 꿈꾸던 푸른 잠자리는 개개비의 먹이가 됨으로써 화분 안에 잠자는 씨앗의 거름이 되었지만 저는 아닙니다. 비행기보다 더 높이, 더 빠르게 날아 보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그것은 단지 `꿈`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어리석음으로만 비춰질 수도 있지만 스스로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도전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꿈`을 꾸며 살아갈 것입니다.
주변에서 부정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다시 흔들릴 지도 모릅니다. 어쩔 줄 몰라서 당황하거나 쓰러지고 넘어져서 뒤를 돌아다 보고 갈등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짓만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푸른 잠자리 이야기의 제 2부를 써 나가야 하니까요.
잠자리가 비행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높은 하늘을 마음껏 날았다는 이야기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