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을 읽고 나목

`나목` 감상 비평
`나목`의 작가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다.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6?25로 학업 중단했다. 1970년 마흔살의 나이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 창작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한국의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빛나는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엄마의 말뚝`,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이 있다.
박완서 소설에는 6.25 전쟁으로 인한 사회구조 변화와 윤리의 붕괴 등을 보면서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여성들이 주로 등장한다. `나목`은 전쟁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사회, 황폐한 인간의 삶을 묘사하고있고. 여기에 민족분단이라는 비판적 의식까지 담고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엄마의 말뚝`에서는 어머니의, 여성의 존재를 통해 전쟁의 후유증을 적시하고 있다. 후기…(생략)

사람이다. 이러한 황량함을 평범한 여인의 일상 생활로 되돌아가 극복하는 경아, 그리고 화가의 길에 들어서 작품을 남기고 떠난 옥희도는 꽃과 무성한 잎을 다시는 피우지 못하는 고목이 아니라 잠시 성장을 멈추고 어려운 한 시기를 극복하는 나목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경과 옥희도는 각자 경험에 의해 고독감을 안고 있는 인물들로 이들이 겪는 고독감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옥희도가 그린 고목이라는 상징물을 통해 구체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옥희도는 이러한 나목을 그림으로써 진정한 화가가 되고, 이경은 그의 유작전에서 그것이 나목이었음을 확인하고 과거의 제 모습과 자신에 대한 옥희도의 의미를 뚜렷이 자각하게 되면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내가 이 소설에서 주목한 점은 일반적인 전후 소설처럼 전쟁의 처참한 모습을 그리거나 공산주의냐 민주자유주의냐 이런 사상을 보여주기보다는 개인의 고독감과 절망감, 그리고 주인공의 일탈적 행위를 통해 전후 상황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이경은 전쟁을 벗어나 자신 앞에 놓인 실존의 문제, 즉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혼란스러워 한다. 특히 다양한 갈망과 염원을 소유한 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들이 모두 자신임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속에 매우 힘들어 한다. 난 이런 경의 모습에서 잠시동안 느꼈던 옥희도와 사랑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와의 사랑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맨틱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확인에 대한 열망을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는 그런 동지의식의 사랑이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이 완구점의 침팬지 인형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에서도 우리도 옥희도와 경아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물론 우리의 탈출하려는 상황은 전쟁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와는 다른 인간 소외라든지 물질 만능주의 등으로 고독감, 상실감, 절망감이라는 인간 실존문제를 겪고 있다. 이 소설 `나목`은 이 문제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목은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그물망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한 구성일 뿐이다. 즉 `인간이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다`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도 역설적으로 사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여기서 사랑은 꼭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외로움을 나누고 잊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말한다. 이런 사랑이 있다면 이 경이 나중에는 일상적 삶으로 돌아와 삶의 가치를 느끼게 된 것처럼 이 사회의 고통받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절망과 고독에서 벗어나 삶의 가치를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