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희망을 꽃들에게희망을

이 책을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떤 두꺼운 책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이 책을 권해 주신 분께 정말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난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가슴 속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고, 희망도 가지게 되었다. 알록달록한 그림과 함께 예쁜 이야기... 정말 오랜만에 접해 보는 동화 같은 책이라 그런지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도 술술 잘 읽혔다. 말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느낀 이 느낌을 한 번 표현해 볼까 한다.
책의 내용은 한 마디로 애벌레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줄무늬 애벌레는 처음 알을 깨고 나와선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채우는 것만으로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뭔가가 텅 빈 느낌이 들어 그것을 그만 두게 되었다. 사람도 어릴 때는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되풀이 하다가, 점차 성장함에 따라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나름의 목표도 생기며 그 …(생략)

그 세계에서만 최고가 되려 한다. 그 곳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선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애벌레 기둥에서와 똑같다. 한 발짝 한 발짝 올라서며 더 더욱 그 속에 매료되지만 막상 맨 위로 올라가 보면 아무 것도 없다. 맨 위에 어떤 것이 있는 지는 알게 되었지만 얻은 것은 그것 뿐이다. 그러나 그가 그 곳에 모든 걸 바친 채 살아가는 동안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 나비가 된 사람들도 있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애벌레로서의 목숨도 포기할 만큼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고, 또한 고치가 되는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기 자신과 힘든 싸움을 함으로써 멋진 나비가 되었고 꽃들, 즉, 다른 사람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얻은 꿈 같던 자유시간... 두 세 달의 그 긴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내가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다. 줄무늬 애벌레는 비록 기둥에 자신의 중요한 시기를 바친 시행 착오를 겪었지만, 먹고 입고 사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닐 거라는 궁금증을 가진 것만으로도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그 궁금증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비록 늦기는 했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었으니까. (책에 쓰여 있진 않지만 줄무늬 애벌레는 나비가 되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던 작은 애벌레에서 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비가 된 두 마리의 애벌레들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난 나비가 되려 고치를 선택하기는 커녕 남들처럼 기둥 위엔 뭐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올라 보는 수고조차 하려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고 3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너무 많이 달라진 나... 그런 나에게 매일 놀라면서도 나태한 태도를 떨쳐 버리지 못했던 나다. 스스로 느꼈는데도 그것을 고치려 들지 않았다. 그저 그 생활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줄무늬 애벌레는 먹는 것이 전부이던 생활을 청산하고 새 삶을 찾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 때가 오히려 더 편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은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과감히 떨쳐 버렸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
만약 줄무늬 애벌레에게 노랑 애벌레가 없었다면 그는 평범한 애벌레의 삶을 벗어나지 못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노랑 애벌레는 자신의 뜻과 다른 길을 가는 친구를 보내고 나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었다. 그것은 나비가 되는 일이었다. 힘든 고치 생활을 이겨 내고 멋진 나비가 된 노랑 애벌레는 줄무늬 애벌레의 앞에 나타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고, 친구를 이끌어 주었다. 나에게 이 책은 노랑 애벌레 같은 존재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일깨워 준 책. 이 책에 너무 감사를 드린다. 이제는 세상에게, 또 나 자신에게 끊임 없이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 자신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기 위해. 그 뿐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고치가 되는 것쯤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