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고 독후감꼴찌에게

진정, 꼴찌에게 갈채를 보내며...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고.>
꼴찌...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사람들은 꼴찌라는 이름에 비웃음을 얹었다. 꼴찌보다는 일등이 되길 원했고 일등도 있으면 꼴찌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꼴찌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였다. 그런데 누가 감히 그런 꼴찌라는 존재에 갈채를 보냈을까. 노란 색으로 쓰여있는 산문집이라는 글씨를 무시한 채, 나는 그것을 소설로 착각한 채 샀다. 그리고 어느 감동적인 소설의 뒷부분이 그러하듯 꼴찌의 소중함과 꼴찌도 인간이라는 것과 세상에는 공부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그런 내용이겠지... 책장을 넘길 때 나의 마음은 그랬다.
그런데 산문집이었다. 작가의 삶을 돌아보며 쓰는 그런 일상의 자질구레함을 쓰는 일기 같은 글들... 나는 실망했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그 책을 평가한다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생략)

끝으로 얼룩 백이 황소가 헤설피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일상에서 문득문득 생각이 날 법한, 정지용 님의 시 같은, 그런 곳이었으리라.
첫 장을 쉬이 지나간 나는 결국 새벽 3시가 다 되도록 책을 붙들고 있었다. 눈의 피곤함보다, 책을 붙잡는 피곤함 섞인 손의 움직임보다 좀 더 보고 싶다는 가슴이 주도권을 쥐고 자려는 몸을 방해했다. 결국 나는 다음날 수업시간에 적지 않게 졸아야 했지만 어쩌면 나는 인생에 있어서 한 시간의 수업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까지도 후회란 없다.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돌아본다는 것.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작가는 이제 나에게 사소할 지 모르나 동시에 중요한 교훈을 던져 주고 있었다. 작가의 눈빛에서 일상은 일년과 같았다. 사소한 것에 치중한다는 것, 그것은 속이 좁거나 자질구레하다는 것과는 의미가 다를 것이다. 그 중에서 ‘노상방뇨와 비로드 치마’라는 글이 나에게 오는 의미는 각별했다. 노상방뇨와 비로드 치마... 유쾌한 범법 행위를 보았다는 것을 재미있어 했던 작가처럼 나 또한 그리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으슥한 곳, 중년 아저씨의 노상방뇨에 얼굴을 찡그리던 내가 40대 중년 여성의 당당한 노상방뇨에 통쾌해 한다는 것. 그것은 노상방뇨의 주인공이 남자가 아닌 우리 시대의 아줌마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당당하게 했다는 것에 대해 통쾌함을 느껴서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어쨌든 18년 내 인생에 기억에 남는 범법 행위임에는 틀림없었다. 숨어서 하는 것보다 당당하게 하는 것, 엉덩이를 까고 시원스레 볼일을 보시는 아주머니의 행동은 설사 그것이 법을 어기는 일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웠다. 나의 통쾌했던 웃음과 아주머니의 행동은 마지막 장에 마지막 글씨를 읽을 때까지도 여운처럼 남아있었다...
작가가 쓴, 내가 자질구레한 그로 평했던 이 글 속의 주인공들처럼, 이 글을 쓴 작가처럼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꼴찌에게 갈채를 보내며, 때때로 뒤도 돌아보며, 하루를 일년처럼 보내는 가슴으로 살 수 있을까. 주위의 사소한 일에 관심을 보내며, 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할만큼의 용기를 지니고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여유를 가지고, 지루한 삶에 대해 충동을 느껴가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이미 꼴찌라는 방이 있기에 우리는 현실에서 그것을 부정하고 싫어하고 때로는 그것에 대해 조소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현실에서보다 마음에서 꼴찌였던 많은 사람들에게-물론 나도 포함시켜서- 여유를 주는 그런 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