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고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고…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고…
저자 : 박완서
출판사 : 세계사
답답한 이 인간생활 속에서의 여유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란 제목을 접한 나는 당연히 지금 나의 성적에 관한, 학교에 관한 이야기려니 하고 제멋대로 추측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 들어오면서 공부라는 틀 속에 묻혀버린 나에겐 이 추측이 자연스레 머리에 박혀있는 채 책을 읽어갔는데, 읽을수록 적잖은 낯설음을 느껴야 했다. 난 묘사가 많은 글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내가 이상해서 그런지 읽을수록 지루하고 정신만 산만해질 뿐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없어 답답하기만 할뿐이다.
이 책의 앞부분도 그랬다. 고향 얘기며 여행하며 보고 들은 풍경의 묘사가 빨리 책장을 넘기라고 독촉하는 듯 했다. 나중에 책을 다 읽고 표지 뒷면을 봤을 때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이상한 힘과 즐거운 미덕을 지녔다"는 시…(생략)

에 대한 꾸짖음이 내겐 가장 와 닿는 부분들이었다.
시골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어릴 때 몇 번 정도로 기억되는 시골 할머니 댁에서의 추억 때문인지 왠지 모를 푸근함과 그리움까지 느끼는 내가 조금 우스웠다. 자연에 별 관심도 없고 시골에 살 생각은 추호도 없는 여중생이 향수 비슷한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정말 풀냄새를 맡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뻔뻔한 인간들에 대해 내가 할 말이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인정보다는 돈을 우선시하는 내 모습은 이 책에서 작가가 비판하는 그런 모습이니 말이다. 그러나 행동은 느려도 말은 잘하기에 옳거니 하며 나는 아닌 양 같이 비판도 해보고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며 은근히 변명도 해봤다. 하지만 결국은 부끄러웠다. 언제나 처럼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하는 말만으로 끝날 나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 외에 다른 말은 할 줄 모르는 내가 더 부끄러웠다.
처음부터 내가 쓴 글을 읽다 보니 이걸 독후감 숙제로 내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산만하기만 하고 왠지 작가의 말투를 흉내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이것도 작가의 말을 빌어-약은 한 도시에 사는 아이라는 틀 속에 감싸려 한다. 그만큼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그만큼 책 속에 빠져 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