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를 읽고서 김구읽고

어느 민족이든지 진정한 지도자로서 추앙받는 훌륭한 인물들이 있게 마련이다. 근대 수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역사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우리 민족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혹자의 말을 빌자면 우리의 근대사는 `망국 반세기 분단 반세기`로 일컬어진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근대 역사가 암울한 고통의 연속들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그런 한민족에게는 고통이 가득한 민족전선의 극한에서 민족을 위해 분전한, 바로 백범 김구 선생이 계셨다. `백범 일지` 라는 자서전에 어떤 의미를 부여 하기에 앞서 김구 선생 개인의 일생을 감히 말하자면 민족과 함께 우리의 수난사의 역경 속에서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일신을 불태운 것 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백범 일지를 읽기 전에는 사실 김구 선생에 대한 여러 가지 선입관들을 갖고 있었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까닭에 오히려 그분의 일생이 어떠하였는지 백범일지를 펴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생략)

점을 알수 있었다. 선생은 하권의 집필의도를 자신의 `50년간의 분투사적을 기록하여, 숱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라고 밝혔다. 그 때문인지 상권의 내용이 선생 자신의 성장과정과 신변활동이 주를 이루는 반면 하권은 개인적인 것 외에도 임시정부, 주변인물들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백범일지에서는 실로 조국을 위해 일신을 불태우며 전생애를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대한의 한 `범인`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그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끊임없이 당시는 물론 현시대적인 의미로 오늘날의 우리에게 감동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자존과 그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게 해 주었다. 세계화 시대에 이른바 서로다른 여러 민족 문화 충돌의 새로운 격변의 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당시 시련과 격변의 시기를 극복해낸 김구선생의 이념과 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하겠다. 그러면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 이런 내용들과 함께 그 내용이 그토록 절실하고 강렬하게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책의 서두에서부터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가장 첫째로 선생의 성장과정은 나의 예상을 뒤엎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양반임을 숨기고 상놈 노릇을 하는 집안에서 출생한 것과 숫가락을 일부러 밟아서 엿을 바꾸어 먹는다든가 아버지의 돈을 떡을 사먹는데 써버리는 등의 장난스런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나는 위인의 유명가에서 태어나거나 어려서부터 특출난 신동같은 모습들로 그려지는 것이 통상적인 것으로 편견을 갖고 있었으므로 놀라웠다. 그리고 그런 장난끼 어린 선생의 유년기를 떠올리면서 시종 미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 즉 창수의 성장과정을 회고해 보겠다. 아버지의 권유로 한문을 배워 과거에 급제하여 진사가 됨으로서 집안을 일으키고자 하였다. 열심히 수학하여 과거를 보지만 과거장에서 뇌물로 합격 여부를 가린다거나 하는 폐습과 부정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된다. 그리하여 관상을 배워 보지만 자신의 상이 흉상이라는 것을 알고 더더욱 비관과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상서의 `상좋은 것이 몸 좋음만 못하고 몸좋은 것이 마음씨 좋음만 못하다` 라는 구절에 매혹되어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동학에 귀의하여 동학군을 이끌고 17세의 어린나이로 접주가 되어 왜적들을 격퇴시키며 사무쳤던 민족적 감정을 마음껏 분출시키면서 활약한다. 나와 동년배의 나이시절의 선생이 독립을 위해 전장터에서 분투한 것은 나 자신의 평소 행동을 뒤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고, 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던 중 관군과 대치하여 동학군에 어려운 상황이 처하자 안진사의 권유로 그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다. 이 때 스승인 후조 고능선 선생을 만나서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함께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던 차 스승의 권유로 청나라에 시찰하러 떠난다. 치하포의 선상에서 왜인 한명을 민족적 울분을 참지 못하고 때려죽인 사건이. 그로인해 창수는 사형을 구형 받는데, 고종황제의 특령으로 형을 당하지 않는다. 김구 선생에 대한 나의 인식인 누차 말했듯이 실제의 김구 선생과 달랐다. 고명한 학식이 많은 지식인으로서 임시정부 주석이 된 엘리트, 점잖은 학자이자 지도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치하포 사건과 같이 적극적이고 대담하고 용맹한 기상을 지니고 그것도 직접 행동을 불사한 독립 운동을 하셨으리라 여기지 못 하였기에 놀라웠고 선생의 전혀 다른 일면을 보는 듯하였다.
치하포 의거 직후 왜에 수감되어 재판에 회부된 선생의 태도는 진정 애국과 씩씩한 기상의 절정이라 하겠다. 백범은 조선 대신인 판사들에게 `국모보수` 즉 시해당한 조국 국모의 원수를 갚기위해 대원수 왜놈을 때려잡았다며 위풍당당한 면모를 과시하였으며 와타나베를 위시한 일본 순사나 판사들 역시 말문이 막힐 정도로 선생은 불호령을 내리면서 호통을 쳤다. 때문에 그후로 감옥의 일인 간수들 마저도 김창수를 존경하여 우러러마지 않았다. 선생의 불호령은 마치 조선 민중의 민족 감정을, 현시대를 사는 나의 심경 조차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하여 통쾌한 감동을 자아냈다.
선생을 보고 느낀 다른 점은 중용의 자세이다. 선생은 생전에 시종 치우침이 없었다. 유교도 불교도 기독교 모두의 우수한 점을 꿰뚫어 보고 수용할 줄 알고 공산주의도 민주주의 체제와 이념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우수한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매사에 그러한 중용의 전형을 몸소 실천해 오신 것이다. 그는 어느 극한에도 치우침이 없었다. `나의 소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서 우리의 문화 정신을 세계만방에 드높이도록 만들어 나가자는 선생의 말씀은 상대주의적 고찰이라 하겠으며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지당한 임무로 여겨진다. 또 "우리의 무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 하면 족하고 우리의 부력은 풍족히 먹고 살 수 있으면 그만이다."라는 구절 역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의 자세라 여겨짐은 분명하다.
"경험이 사람을 만든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 옛말들은 선생을 가르키는 말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시종일관 책을 읽으며 `대체 김구 선생은 누구란 말인가 ?` 라고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반문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응시, 관상공부, 동학 의병장, 치하포의 용사, 공주 마곡사에서의 승려 생활, 교육자 생활, 유교경전 수학, 숱한 감금과 고문 , 임시정부의 주석... 어찌하여 한 인간의 일생이 이토록 복잡할 수 있을까. 그만큼 선생의 활동내역과 경험은 방대하고 다양한 것들이었다. 과연 인간은 경험을 통해 그 바탕으로 진보해 나가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 선생의 인물됨은 천성에서 비롯되기도 하였겠지만 선생의 됨됨이는 이러한 다양한 인생역정이 만들어낸 역작이 아닌가 하는 나의 해석을 더해 본다.
대개의 전기문이나 위인들의 자서전은 교훈적인 면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인지 우상화시키고 신성시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고 나는 여겨왔었다. 하지만 백범일지 선생 자신의 경험이 화려한 수식어 없이 있는 그대로 담백한 현장감을 전달해주고 나름대로 문학적 감동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민족과 국가를 생각게 해주는 그런 것이었다 하겠다. 단순히 자서전의 차원을 넘어서 나는 백범일지를 민족의 미래를 밝혀줄 등불이되고, 과거를 되새기며 그것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수도 있는 민족의 과는 물론 이요 미래까지도 담겨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이유인 즉슨 다시 말해 선생의 이념과 그의 자세에서 크게는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 문화, 교육 모두다 선생이 크게 강조한 것들이며 시대를 초월해 중요한 것들이라 하겠다. 선생의 민족에 대한 이념과 신념은 확고한 것이었으며 선생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였다. 문화는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고 친숙한 화두라 하겠다. 21세기의 목전인 지금 새 천년은 세계 각국의 민족문화가 충돌하는 문화 충돌의 세기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문화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 하였다. 민족의 발전은 물론이고 존립 여부까지도 좌우하는 문화의 힘은 더욱 그 위력이 가공할만 해졌다. 교육은 청소년이 장래 나라의 기둥이 될 것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하겠다. 오죽하면 예로부터 교육은 국가의 백년 대계 라고 까지 하였고 "그 나라의 미래를 알고자 한다면 학교로 가라"는 격언까지 생겨났겠는가? 위의 세가지는 오늘날에 더욱 중요시되는 것들이라 하겠다. 민족 문화의 주체성 확립의 기반 위에 타문화의 수용을 하여야 할 것이고 그런 능력을 배양하고자 한다면 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이다. 현시대를 감안한 말씀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만일 그러하였다면 실로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없다.
백범일지를 읽고 많은 나의 가치와 민족관, 세계관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만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백범일지를 조금 더 어린 시절에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시련의 20세기는 가고 21세기 새천년이 밝았다. 불과 근 1세기 전 조국의 민족의 자주 독립을 외쳤던 선생과 애국지사들의 정신은 아직까지도 우리를 명명히 밝혀주고 있으며 이 대기가 선생과 그분들의 기운으로 꽉 차있는 듯하다. 백범일지에 대한 여러 해석들 독립 운동의 증언서, 뛰어나고 치밀한 문학적 작품, 전기 문학의 현대판 고전 등 여러 수식어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본서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현시점의 우리에게 가장 강렬히 요구 되는 것이 문화의 주체성 확립이라 하겠다. 미숙하나마 우리는 완전한 자주독립을 이루었다. 선생의 말처럼 자주독립의 실현 후에는 인류가 진정한 평화와 복락을 누릴 수 있는 문화 사상을 낳아 먼저 우리나라에 그것을 실현할 때이다. 우수한 문화를 낳기 위해서는 자문화의 기반 위에 타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해야만 가능한 이유에서다. 특히 현재 닥쳐오는 문화충돌의 시대를 실제로 살아나가야 할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더욱 기대되는 바가 크다. 또한 우리에게 더욱 막중한 민족적 과제로 남은 것이 있다. 불행히도 우리는 소위 `이념의 조국`을 따르는 사상에 의해 민족과 국토가 분열된 상황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민족의 역량을 극대화 시켜 민족의 재결합의 추진과 함께 새로운 문화의 세기에 적응해야만 하는 민족적 사명이 부여된다 하겠다. 요컨대 과거의 기록으로서 역사는 죽은 역사이다. 현재와의 끊임 없는 대화와 함께 새로운 재해석된의미로 존재할 때 그 역사는 살아서 꿈틀대는 역사인 것이다. 백범일지 역시 우리에게 단지 위인의 일대 기록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생이 우리 민족과 미래의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더 큰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고찰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거기서 얻은 교훈과 이념을 가슴에 새겨 이것을 실천할 때 백범일지는 우리 민족의 미래에 중요한 길잡이로 작용 할 것임은 자명하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이 크게 깨달아 민족의 심지를 바로잡고 주체적인 역량을 길러 고도의 정신 문화가 태동 한다면 한민족의 21세기는 또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미래는 국가적, 민족적 발전과 도약의 연속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