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고전소설을 나는 할머니가 어렸을 때 들려주던 전래동화가 보편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을 펼치면 16개의 낯익은 타이틀과 간략한 설명들을 볼 수 있다. `홍길동전` `박씨전` `춘향전` `심청전` 등은 글을 접하지 않더라도 영상매체를 통해 누구나 줄거리를 서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흔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책을 저술한 두 저자가 있다. 두 사람은 글을 쓰는 동시에 국사를 전공으로 하여 관련직종에서 활동 중인 분이다. 저자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상세하고 다르게 보고 있다. 글의 저자의 삶, 글이 쓰여질 때의 시대적 상황 그리고 여담들. 외우기만 했던 수학공식을 한참 뒤에 공식의 원리를 아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16개의 글 중 가장 인상적이고 색다른 것을 골라 보면 나는 `홍길동전`과 `춘향전`을 선택하겠다.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인 두 이야기다.
서자…(생략)

, 주술도 부리지 못했지만, 그의 체포소식이 임금에게 보고가 될 정도면 큰 활약을 한 도적이었다. `유재론` `호민론`등을 저술하며 개혁 정책을 주장하던 허균의 정책로에 도적 홍길동이 들어오면서 `홍길동전`으로 발전한 것이다. 당시 허균은 사회에서 매우 위험한 인물로 기록되어있다. 그의 개혁적인 정책은 성리학을 지키려는 정부와 선조에게는 매우 위험한 인물로 보였을 것이다. `홍길동전`이 출간 될 당시 시대 상황이 이러하였으므로 글은 금서가 되고, 허균은 결국 역모 죄로 처형당하고 말았다. 지금은 아무 문제없는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금서로 지정되었고, 서얼의 신분차별을 무너뜨리려 하면서도 결국 자신이 왕이 되어 다스리는 모순을 가졌지만 주술을 통해 백성을 돕는 의적 홍길동은 사람들에게 호쾌함과 기쁨을 주었기에 지금까지 널리 사랑 받고 있다.
당시 흔들리는 신분체제 속에서 젊은 남녀 장애물을 헤쳐 나가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내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을 받는 내용이다. 서양에는 `피가로의 사랑`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춘향전`이 있다. `춘향전`은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제작된 횟수가 가장 많다. 여주인공 `춘향`역도 당대 최고의 여배우 또는 이후 큰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배역이다. 남원은 예전부터 `춘향전`의 배경이 자신임을 강조해왔다. 1872년에 제작된 남원 지도에는 `춘향전`의 주요 무대인 광한루, 오작교가 과장되어 있다. 이처럼 한국인이라면 다 알고 좋아하는 `춘향전`에는 아무 허점도 없을까? 아니면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일까. 요즈음 같이 대중매체의 발달로 인해 픽션이 들어간 사극들이 시청자에게 무비판적으로 받아져 문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왕건 이야기를 할 때 역사를 아는 사람보다 드라마 본 사람이 우긴게 그 상황에서는 역사가 된다. 어느 학교에서 선생님이 `워싱턴`이 누구냐 학생들한테 묻자 김두환 형님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비판적인 사고로 항상 사물을 접해야한다. 그럼 `춘향전`에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 큰 두 문제는 이몽룡과 변사또이다. 이몽룡은 서울에 올라간지 1년 만에 장원급제해 암행어사로 남원에 와 멋지게 춘향이를 구하고 변사또를 벌한다. 여기에서 많은 역사적 사실에 위배되거나 불가능한 사실이 있다. 조선 시대 과거제도는 3년마다 한 번씩 치러진 식년시와 특별한 경우 실시하는 별시로 구성되어 있다. `춘향전`의 배경이 되는 조선 후기에는 전기에 비해 별시가 자주 시행되었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이몽룡은 별시에서 장원 급제했을 가능성이 크며 판본에 따라서는 이몽룡이 알성시에서 급제했다고 나온다. 국왕이 직접 참석하여 예비 시험 없이 뽑는 알성시가 이몽룡이 본 시험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적당한 로맨스를 즐기는 이몽룡이 1년 만에 급제 할 수 있었을까. 전국 1만명의 인재가 모여 장원급제를 하는 사람은 1등 단 한 명이다. 한 번에 11명 정도의 관리를 뽑는데 다들 뽑히기만 해도 영광이 보장된다 하여 과거가는 길을 `영광 길`이라 하였다. 즉 이몽룡이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천재들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이몽룡이 엄청난 천재여서 과거에 급제했다고 하자. 거기에다 급제한 뒤 곧바로 암행어사로 파견되려면 이몽룡의 첫 관직은 6품 이상이어야 한다. 보통 과거에 합격하면 최하인 9품이지만 급제한 경우 드물게 6품에 등용되었다. 이몽룡이 천재라서 암행어사로 곧바로 파견되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상피제가 엄격히 적용되어 자신의 연고지에 암행어사를 파견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저자가 이몽룡을 춘향이가 보내기 위해 불가능을 사실로 이몽룡을 천재로 만든 것이다.
천재 이몽룡이 기적을 이루어 낼 동안 춘향이의 상황은 어떻게 되었는가.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하여 머리를 헝클고 킨 칼을 목에 두른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의 무리한 요구를 듣지 않는다고 자신의 고을 백성을 대역죄인 다루듯 할 수 있는 사또는 조선 시대에서 더 이상 살기 싫거나 관직을 그만두고 싶었을 것이다. 춘향적과 비슷한 사례가 조선 태종 대 역사책에 기록될 정도로 매우 드문 일 이었고, 당시 그 관리도 파면을 당했다.
우리는 보는 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나도 드라마 `허준`을 보고 허준 스승이 유지태 인 줄 알았다. `허준`이 끝난 뒤 유지태는 허준보다 100년 전에 태어난 조선의 명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데는 배경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라 한다. 자신이 모르는 사실은 남이 그럴 듯 하게 제시하면 진짜 같아 보이다. 하지만 자신이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