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읽고 고등미술독후감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읽고…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읽고
지금까지 옛 그림이라고 하면 이해하고 느끼기 어려운, 다소 거리감 있는 그림이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화제페이지로 뜬 한국화 그림을 보게 된 것을 계기로 매력 있는 한국화 그림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한국화와 옛 그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간소하게 많지 않은 색을 사용하면서도, 화려하고 다양한 색채의 그림보다 더욱 깊은 내용을 전달하는 아련한 듯한 그림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 것이다. 그러던 중에 학교 도서실에서 발견한 책이 바로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었다. 옛 그림에 관심이 생기고 있는 시기에 이 책을 읽은 것은 나를 완전히 한국화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한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컬러로 크게 프린트된 많은 작품들 덕에 눈이 즐거웠다. 그리고 설명이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이해되어서 한 순간도 지루했던 적이 없다. 딱딱하게 썼으…(생략)

는 수준을 넘지 않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만나고 느끼기는커녕 잘 외워지지도 않는 어려운 제목과 화가 이름을 암기하기 바쁜 과제에 지나지 않았던 그 그림들을 아주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그 그림 뒤에 숨어 있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처럼 소곤소곤 들려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섬세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화가 김홍도를 만났고,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보며 두 노인의 우정에 감동할 수 있었고, 김정희의 <세한도>를 통해 스승과 제자의 엄숙하고 깨끗한 만남을 보게 되었다.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담겨 있는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재미와 기쁨에 책장을 넘기기가 아쉬울 지경이었다. 또한 그림 하나하나와 그것을 그린 화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애정과 존경을 가지고 있는 필자의 마음이 느껴져,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오주석’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었지만 존경스럽고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모든 그림에 찬사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우리가 아무리 학교에서 훌륭하다고 배웠던 작품이라고, 왜색이 들어간 작품을 단호하게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잘 그려진 그림이라도 우리나라의 정신이 담겨있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그림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림에는 반드시 정신이 담겨있고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그 정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나처럼 그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그림을 충분히 읽고 즐길 수 있도록 중간 중간 옛 그림을 읽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는 친절함까지 보여준다. 그림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읽고 그 속의 작가와 대화를 하도록 가르쳐 준 것이다. 그림 속에서 무심히 지나칠 선 하나, 점 하나의 의미를 일깨우며 그림의 진정한 참맛을 알게 하였다.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그림을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이야말로 그림을 감상하는 최고의 조건이라는 필자의 말은 나에게 그림 감상에 대한 자신감까지 불어넣어 주었다.
책을 읽으며, 서양의 그림이 소설이라고 하면 한국의 옛 그림은 시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보고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워도 작품의 배경과 사연을 알고 다시 보면 마음에 와 닿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귀찮고 어려워 옛 그림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정도는 동양화든 서양화든, 현대의 그림과 옛 그림을 막론하고 그림을 감상하는데 있어 화가에 대한 예의를 갖춘 태도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단순히 누가 그린 무슨 작품이며 이 작가는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고 작품의 주제는 무엇이고… 그런 정도의 설명이 아니라 옛 그림을 그린 사람의 입장에서, 또 이 그림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까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옛 그림을 읽는 방법을 웬만큼 깨우치고 나니, 옛 그림들을 볼 때마다 자신감이 붙으며 머릿속에서 저절로 배경사연이 한 편씩 상상되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소설책 한 권 읽는 즐거움을 그림 한 편에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옛 그림의 세계와 새롭게 만날 수 있도록 해준 이 책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