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와 벨 박사의 우정`을 읽고 헬렌 켈러와 벨 박사의 우정

‘헬렌 켈러와 벨 박사의 우정’을 읽고
어머니와 함께 서점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표지에는 웬 노인이 손녀쯤 되어 보이는 부인의 손을 잡고, 바로 옆에 귀부인이 서있는 그림이 있었는데, 모두가 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헬렌 켈러와 벨 박사의 우정’ 이라는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헬렌 켈러는 농아이며 맹인인데도 철학 박사이며 여러 개의 학위를 받은 여성으로, 신비롭고도 외경심을 자아내게 한 여성입니다. 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화를 발명한 너무나도 유명한 발명가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두 위인이 우정을 나누는 사이라는 것이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연대와 한 업적 정도는 아나, 어른이 되어서의 그들의 사생활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 생애 전반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장 이 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생략)

첫 만남이 일생 동안의 우정으로 이어진 첫 걸음은, 유명한 의사가 헬렌의 아버지에게 벨을 만나도록 권한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벨은 십 년 전에 전화를 발명한 뒤, 농아 어린이 교육에 깊이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첫 만남을 헬렌은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그는 나를 자기 무릎에 앉혔다. 내가 그의 시계를 만지작거리니까, 시계 태엽을 감아서 시계가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내 몸짓을 이해했고, 나도 그것을 알고 금새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그가 죽는 날까지, 그의 이해와 사랑 속에서 내 삶은 축복으로 가득 찼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함으로써 인간 세계에 있는 고독의 벽을 허물어뜨린 것처럼, 헬렌과 벨의 첫 만남은 세계 곳곳에 있는 맹인, 농아, 지체 부자유자 들과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여행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헬렌 켈러는 벨을 만난 후 변했고, 위인이란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위인이 되기까지는 견딜 수 없는 고독과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태산처럼 변함없이 죽는 날까지 무려 35년간을, 직접 또는 편지로 그녀를 옹호해 주고 용기를 주며, 철저히 그녀 편에 서 주던 벨이 있었습니다. 또, 헬렌이 8살이 되던 해부터 헬렌의 육체의 일부가 되어, 평생을 그녀를 가르치고 도와주는데 바쳤고, 자신이 가난한 고아이며 맹인에 가까울 만큼 눈이 나빴던 애니 설리번 선생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어느 책에서 보았던 내용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헬렌 여사가 우리 나라를 방문하여 금강산을 함께 관광했다. 그 때, 헬렌 여사가 단풍이 아름답다면서 극찬을 하자 함께 간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물었다. “아름다움은 눈으로가 아니라, 정신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라는 여사의 대답을 듣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말의 뜻을 알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 반대의 시대의 사람인줄만 알았던 헬렌 켈러와 벨 박사를, 또 이렇게 그들의 인생을 알고 나니, 벨 박사는 전화가 단순히 편리한 기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사이를 격리시키는 외로움과 고독을 이어 주는 다리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 인간애 넘치는 과학자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책을 통하여, 저는 위대한 세 사람의 인생을 알게 되었고, 또 이 인생을 제 인생에도 실천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서로를 아끼는 사랑 없이 용기만으로는 삶을 헤쳐 나갈 강한 열의를 가질 수 없다.”고 한 헬렌의 말을 기억하면서 이 책을 저만의 책장에 가지런히 꽂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