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여 땅이여`를 읽고 하늘이여 땅이여

-‘하늘이여 땅이여‘를 읽고-
( 희망과 빛을 가진 소설..... )
수능을 마치고 대학을 물색하고 있을 때쯤 이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항상 책을 많이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지만, 시간이 없었던 터라 항상 독서는 뒷전이었다.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인지 막상 시간이 남아 책을 읽으려 해봐도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그 때 나에게 독서의 재미를 갖게 해 준 책이 바로 이 책 ‘하늘이여 땅이여’ 였다. 이 책은 묘한 재미가 있었고, 감동이 있었고, 교훈이 있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달고 맛있는 책이었담 믿을까? 책에 빠질 수 있게 해 준, 읽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고마운 책이다. 책을 읽은 후 도서관에 가서 김진명 소설을 몽땅 찾아 읽어봤다. 몽땅이라고 해봤자, 하늘이여 땅이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가즈오의 나라 밖에 없었지만 김진명씨는 나에게 믿음을 준 작가…(생략)

희망이 느껴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당히 나서는, 총대를 짊어지고 선두에서 무리를 선동하는 넓은 어깨를 가진 사람, 그를 따르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요즘, 우스개 소리로 “나가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다가 존경하는 분” 만큼의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일본의 동양 문화 연구소의 슈퍼컴퓨터가 원인 모를 선택적 장애를 일으키면서 시작된다. < 묘제의 연구 > 라는 자료와 관계된 작업은 컴퓨터가 통하지 않게 되었고, 그 연구에 관계된 사람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자국이 아끼는 컴퓨터 천재를 일에 끌어들이게 되고 이유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에 의한 것임을 알아낸다. 그들은 한국의 영적인 힘에 놀라고 자신들의 조국이 과거에 한국에 저질렀던 무분별한 문화재 약탈에 잘못을 느끼게 된다. 항간에서 김진명 씨 소설을 비판하는데 가장 선명한 부분으로 비판가들은 항상 “현실적으로 너무 맞지 않는다, 국수주의 적이지 않느냐, 지구촌 시대를 지향하는 시대에 이건 아니다” 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사실 이런 부분을 좋아한다. 내가 그렇게 마음이 못된 것 같진 않은데..... 한국이 일본을 이겨선 안 되나? 라는 작은 소견이다.
사도 광탄은 직업도 가족 관계도 고향도 특정하지 않는 미스테리한 존재다. 어찌 보면 별로 대단치 않아 보이는 인물이지만 그와 마주 앉아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은 그의 논리적인 언변력에 빠지게 되고, 그의 사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함흥차사’라는 말이 뭔지 몰랐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실이었던 것을 알게 되고 궁금해서 알아보았다. 사도 광탄의 논리가 왠지 그럴 듯하게 느껴졌고 난 지금도 함흥차사라 하면 사도 광탄이 설명한 그대로를 떠올리게 된다. 그 분야에 전문적인 교수마저도 사도 광탄과 얘기를 하는 도중 자신의 지식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되고, 그에게 빠지게 된다. 논리적인 해석으로 현재의 지식마저도 뒤흔들 수 있는 명석함, 내가 사도 광탄이라는 인물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인터폴에 의해 감시 받는 그야말로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대한 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군인 세종대왕(충녕)이 왕이 된 것이 조선의 정기가 흐려지는 사건이었다는 사도 광탄의 해석 부분에서 나의 호기심은 극에 달했다. 물론 작가의 개인적인 해석이겠지만 역사적인 해석이나 사도 광탄의 논리로 볼 때 어쩌면 양녕이 세종보다 더 정신적으로 위대한 사람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정치인들의 아니한 태도를 생각하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보다도 유교 정신이 깍듯이 베어 있던 양녕이 왕이 되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정치인들이 청백리 사상을 계승하여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깨끗한, 정말 맑고 고운 정치를 하고 있었을 모습을 생각하니 흐뭇하기만 하다. < 파티마 제 3예언 >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예언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냥 흥미를 끄려는 작가의 설정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고 파티마의 예언에 알게 되었고, 이 소설의 재미를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 파티마의 제 3예언 > 은 예언 치곤 아주 최근의 일로 1917년 5월 13일 포르투칼의 파티마에서의 일이다. 어린 세 명의 목동 앞에 마리아가 나타나 인류에게 있을 3가지의 사건을 예언했다. 예언을 들었던 세 목동은 비밀을 뜻 하듯 한 아이만 남고 죽게 되었고, 그 중 세 번째 예언은 로마 교황에게만 알리도록 전달되었다. 그래서 현재 이 세 번째 예언을 아는 이는 전 세계에 단 둘 뿐이라고 한다. 예언을 듣고 살아 남은 루치아 수녀와 교황 단 둘뿐,. 그냥 그러려니 지나갔던 이야기가 텔레비전을 보고 난 후 섬뜻하게 느껴졌다.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파티마 예언을 철저 분석했는데 당시의 하늘에서 강림한 마리아를 보고 넋을 잃는 사람들, 하늘에 갑자기 섬광이 일어나는 모습 등의 실제 촬영했다는 사진들을 보여 주는데 교회나 미신을 믿지 않는 나로써는 설마 했다. 하긴 1917 년이라면 영상 기술이 보급되었던 때이니 만큼, 이런 실제 증거 없이 교황청으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동시에 빛나는 하늘을 보며 정신을 잃은 사진을 보며 뭔가 있긴 있나 보구나 하고 생각했다. 파티마의 첫 번째 예언은 1차 세계대전이 예언 당시로부터 1년 반만에 끝날 것이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20년 후에 한 차례의 세계 대전이 또 일어날 것이라 했고, 전쟁의 자세한 양상과 원자 폭탄의 출현이 있을 거라 했다. 그 다음 세 번째 예언이 베일에 가려진 채 지금까지 오고 있다. 궁금하다. 사도 광탄을 알았다면 개인적으로 만나 물어 보고 싶을 정도로 호감이 가는 부분이다. 물론 지금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지만...... 그렇다.사도 광탄은 소설의 끝 부분에서 죽게 된다. 어려운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만큼 현명한 지식을 또 능력을 가졌던 그는 아쉽게도 죽어 버리고 만다. 로마 교황청에서 보낸 킬러에 의해서 그렇다면 분명 사도 광탄은 파티마 예언의 세 번째 예언을 알아 차렸다는 얘기가 되는데..... 정말 아쉽다. 작가는 왜 독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주려고 했던 사도 광탄을 살려두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라 상황이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아니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작가는 사도 광탄을 죽임으로써 다른 누군가를 내세우려 했던 것 같다. 그는 바로 대한 국민,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 모두가 일어나야 되는 것이다. 사도 광탄이 살아 남았다면 우리 모두는 사도 광탄이 하는 것만 보고 있었겠지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도 광탄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혼자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사도 광탄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모두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다.
만주의 장춘에 가면 아직도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일본 육군의 관동군 사령부가 있다. 그 건물은 공중에서 보면 클 대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철거가 시작된 서울의 중앙청 건물은 날 일자의 형상이고, 부산시청은 뿌리 본 자로 이루어져 있다. 만주에서부터 한반도로 내려오며 읽으면 대일본이 되는 것이다.
중앙청을 철거하자 그 지하에 뻑뻑히 박혀 있던 수백 개의 석주가 온 국민의 눈앞에 드러난 바 있다. 석주들은 무슨 이유로 그 자리에 박혔던 것일까? 일본인들은 무슨 이유로 하필 그 위치에 중앙청을 지었을까?
대답은 어렵지 않다. 그것은 만주와 한반도를 물리력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배하고자 했던 일본인들의 바람 때문이었다. 조선총독부와 일본의 법술사들은 인재가 날 만한 명산을 찾아서 혈을 막고 구릉을 자르고 물길을 막는 등 현대 과학으로는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일들을 벌였다.
그들의 치밀한 음모에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하나의 강렬한 의문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그러한 비과학적인 행위가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숨겨진 우리의 역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런 음모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나라를 지켜오고 있는 신비한 힘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계속 앙금처럼 가라앉았다. 일견 비과학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이런 시각과 문제 제기가 의미가 있는가? 과학의 범위를 벗어나는 현상을 소설의 주제로 다루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소설은 사실보다 더 진실이어야 한다. 논리의 비약을 동반할 이런 주제에 대해 거부감이 생길 법도 깊이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인가 준열한 반성이 차 오른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닥친 가장 절실한 문제가 아닌가. 오천 년 역사 동안 형성된 우리의 정신 문화와 신비주의가 과학에 의해 철저히 부정당하고 폐기 처분 당하는 마당에, 더 이상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반성은 의문으로 이어졌다. 기독교도 불교도 이슬람교도 굳건한데, 유독 굿이니 부적이니 서낭당이니 제사니 하는 우리 문화만 과학의 속죄양이 되어버린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들의 종교는 과학적이고 우리의 정신 문화는 비과학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 위기. 작금의 경제 위기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제반 위기의 본질은 우리 만족의 고유한 정신 문화의 피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는 고유한 전통 문화와는 너무도 다른 서양의 물질 문명 앞에 맹목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내일로 달려갈 중심 사상, 우리는 단군의 자손으로서 한 핏줄을 가진 형제, 한민족이라는 사상은 잊혀지고 있다.
일본의 법술사와 조선 총독부가 파괴하려 했던 우리의 근간이 바로 이 사상, 우리 민족의 뿌리 의식이 아니었던가.
우리가 한 뿌리를 가진 형제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과거 불꽃처럼 타오르던 우리 경제는 살아날 것이다.
21세기를 목전에 두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세계와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과학으로 규명하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태도로 과학을 맹신함으로써,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를 외면하고 신비한 정신 세계를 망각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한민족의 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이지 않은 채 계속 이어져오고 있으며, 모두가 힘겨워하는 어려운 시기에 그들을 격려하고 일으켜 세우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언제가 신비한 토우 얘기를 들었다. 동경 대학교의 한 교수가 컴퓨터 장애를 일으키는 토우가 정치를 규명하기 위해 한국에 온 적이 있다는 얘기였다.
세계로 진출해 가는 우리의 젊은 세대와 전통적 세대와의 화해와 조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고유한 민족 정신을 순수하게 대변할 수 있는 신비로운 상징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구 문명의 정신적 식민 지배 속에서도 억압된 민족 고유의 혼과 정체성을 담아낼 우리의 젊은이 또한 필요하다.
우리의 과거와 미래. 정신 문화와 과학을 대변하는 이 두 인물의 조화가 우리 민족의 역동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리라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