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게임` 독후감 입니다 진실 게임

경험상 친구는 많을수록 학교생활이 원만해지는 것 같다. 어느 한 친구에게만 의지하고 그 아이에게만 마음을 주는 일은 여러 모로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변치 않는 진실한 우정은 물론 있지만, 사춘기 여자 아이들의 마음은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A와 B가 단짝이라고 했을 때 A는 변함이 없는데도 B가 이기적인 성격이라면 어느날 부터인가 정당한 이유나 설명없이도 A를 은따하듯 냉정히 외면하고 새로운 C나 D등과만 어울리는 일은 빈번하다. 혹은 B역시 A를 친구로 생각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더라도 단짝인 A뿐만 아니라 C나 D등과도 다같이 친하게 지내고 싶어할 수 있는데 이럴 때 A는 왠지 단짝인 B를 다른 아이들에게 뺏긴 것 같아 서운해지는 법이다. 혹은 A와 B가 친한 것을 시샘하는 C와 D가 그 둘을 갈라놓기 위해 이간질을 하거나 모함하는 것도 여자애들에겐 드문 일이 아니다. 즉, 연인관계 뿐만 아니라 친구사이에서도 독점욕에…(생략)

안주하려는 군중심리에 휩쓸리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볼 때 이 책에서 배려와 겸손을 배워야 할 진짜 캐릭터는 자기가 남들보다 영리하고 인기있다는 이유로 자기보다 못한 친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화니였지만 그녀는 결코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화니는 그녀를 우상으로 여기는 또래의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인 강자이기 때문이다. 따돌림의 세계에도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자는 언제나 방관자나 피해자가 될 뿐이고(때로는 강자의 편에 서서 가담자가 되기도 하고), 강한 자는 언제나 가해자의 권위를 행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 여왕 벌과 같은 존재인 화니 이외에 다른 인물들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라의 단짝이었던 사비나는 화니와 친해지자 노라의 감정은 공처럼 이리저리 튕기며 갖고 논다. 주인공 노라는 단짝을 되찾을 욕심에 친구의 비밀을 폭로하고, 다른 친구를 난처한 지경에 처하게 한다. 한편 따돌림의 대상인 카린은 원래 선량하고 결국 의리를 지켰으나 친구의 약점을 무기로 삼는 의뭉스러움도 있는 캐릭터였다. 이 소설은 매우 냉정하다. 지극히 현실적이라 그 어떤 희망의 빛도 보여주지 않는다. 화해와 용서같은 아동문학의 미화된 도덕적 가르침을 덧붙이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더 의미있다고 본다. 달콤한 사탕이 아니라 쓴 가루약같은 책이다. 학교건 직장이건 집단생활에서 따돌림없는 사회는 없다. 아이든, 어른이든 따돌림에 관한 픽션을 찾는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여기서 뭔가를 배우라는 구태의연한 조언은 하지 않겠다. 배울 필요도 없고 그냥 느끼면 된다. 그 잔인함과 비열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