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독후감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 고리타분하다는 조선시대에 이런 깨어있는 지식인이 있었다니.. 그가 양반전이나 호질들으로 우리 국문학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의 유머스러운 풍자적 필체가 기행문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비록 만주의 미개한 족속이 세운 청나라이지만 배울것은 배우고자하는 그의 정신은 딸깍발이와 같은 서생의 허례허식과는 분명히 대비를 이룬다. 특히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수레의 폭을 조정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본받을 일이다. 또 특히 중국과의 대등한 입장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니 반갑기도 하다. 특히 하인과의 말장난은 너무재미있다. 그의 문체는 특이하다. 조선 후기 역사에서 박지원이라는 인물처럼 자주 언급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역사에서는 실학을 다루면서 꼭 거쳐야 하는 산맥이고, 국어에서도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들어있는 그의 글들은 꼭 배워야만 하는 작품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생략)

여행을 한다. 시골촌닭이 화려한 중국의 마을들을 여행하며 무엇하나 놓지지 않으려 열심히 고민하고 쓴다. 성실하게 깊이있게. 번역이 잘되어 그럴까. 글을 참 잘쓴다. 문장의 흐름이 막힘이 없으며 간결하고 그래도 할말은 다하며, 조선시대 양반의 유머.굳이 민족의식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리스로마신화는 한번쯤 읽어보면서 우리 선조들의 문학적 생산품들을 음미하는데 너무 인색하다. 박지원의 인용들 중에도 중국의 것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문학은 참 오래동안 천대받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