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수`를 읽고 병수

작가의 말에서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둘러싸여 비교적 궁핍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에게 내 유년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라고 말 한 것 처럼 이런 옛날 어른들이 살았던 이야기를 나는 부모님을 통해 또는 티비를 통해 대충 알고 있었는데 책으로 읽으면서 아이들을 통한 세상을 보면서 시기는 옛날이지만 생각하는 것은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또 병수한테도, 어리지만 잘 한 것을 알고 잘 못한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 적지않은 감동을 받았다. 지금 우리들은 우리가 하는 행동에도 잘 하고 있는 짓 인지 잘 못 하고 있는 짓 인지 잘 모르고 구별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어린 병수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다운 면과 확실한 사고를 가진 것이 마음에 들었다. 10년전.. 20년전 우리 어른들이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책 이였던 것 같다. 읽으면서 내내 병수의 이야기는 즐거움이자 아픔이였다. 그 아이가 웃을 때…(생략)

후줄한 듯한 자의식에 빠져서 내심 열등감에 시달렸던 건 나만이 아니였었나보다. 지금이야, 남의 시선을 어느정도 무시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때는 작은 일도 너무나 크고 따갑게 느껴졌었으니까. 이 책은 시골 감나무집 열 한 명의 형제 중 여덟째 오병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2학년이 될 때까지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이다. 독자들은 ??병수??의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저 유년의 뜰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입학식 날, 신발을 사달라고 떼를 쓰던 병수는 학교에 그만 지각을 하고 만다. 지각을 해 담임으로부터 꾸중을 듣는다. 그 날 이후, 병수는 게다(나무로 만든 신발)를 끌고 학교에 가는 것도 창피했지만 ??말을 못해, 바보야???라는 담임의 목소리가 뒷덜미에서 들리는 것 같아 학교에 가지 못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빈자(貧者)와 부자(富者)의 세계는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아이들은 누구와 놀아야하고 누구와는 놀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부모로부터, 그리고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통해 배운다. 집안 식구들은 병수가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하면 병수를 ??야등이??이라고 부른다. 야등이는 정류장에서 짐꾼 노릇을 하는 자의 이름인지, 그의 직업을 낮춰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는 책 속에 나와 있지 않다. 다만 해방 후 봉건질서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던 시대에 천인을 가리켜 부르던 이름임은 확실한 듯 하다. 누구나 유년 시절, 야등이와 비슷한 이름을 들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름은 가난하고 헐벗은 민중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니었을까. 병수는 바다를 보기 위해, 또 좋아한 짝꿍 수정이를 찾아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아이에겐 그 길은 힘들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병수는 감나무집 여덟째가 아닌 ??병수??로 자라기 위해 조금씩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워나간다. 병수가 감나무에 매달려 엉엉 우는 모습이나, 홀로 운동장 팽이나무 밑이며, 학교뒷산, 버스정류장 등의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도 스스로 자기의 존재를 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나이가 도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의 난 죽자 사자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서글픈 병수가 감나무 밑에서 울때, 난 XXX란 욕을 일기에 휘갈기며 울었었다. 다시 올 수는 없을 그시절에 처음 느꼈던 감정들은 너무나 강렬해서 지금껏 생생하다. 그게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가보다. 꿋꿋하고 나름대로 삶을 꾸리는 병수가 나와는 다르지만, 왠지 꼭 나같아서 병수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