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을 읽고 레디메이드 인생

‘레디메이드 인생’을 읽고
나는 채만식 선생님의 작품들과 소개된 문구를 보기 전에는 채만식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설령 아는 것이 있었다고 해 봤자 그 작가가 태평천하나 탁류, 논 이야기 등의 단편이나 장편 소설 몇 개 썼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솔직히 그가 그 시대의 지식인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 그의 국가관이 어떤가 하는 것은 관심이 없었다. 겨우 태평천하나 한번 읽어보고 풍자를 잘하는 작가이구나 하는 정도의 사전지식 밖엔 없었다. 하지만 그가 쓴 단편인 레디메이드 인생, 논 이야기, 치숙 같은 글들을 읽은 후에는 그의 국가관이나 그 당시 지식인들을 바라보는 관점 같은 것은 조금이나마 알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그 중에서 레디메이드 인생이라는 글이 요즘 시대에도 약간 맞는 내용을 지닌 글 같아서 이것으로 독서 감상문을 쓰게 되었다. 레디메이드 인생은 최근 국가 최대의 환난을 겪은 사회를 지켜 …(생략)

직접 다니면서 돈을 받기는커녕 교과서와 학용품을 대어 줄 정도 였다고 하니……. 어쨌든 그러다가 어린 자식을 보내니 꼭 학교에 입학시키라는 편지를 받고 마음이 더욱더 무거워지는 주인공……. 가슴이 아팠다. 만약에 나도 저렇게……. 저런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만 하면 저런 식으로는 살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에 대한 믿음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더 심한 경우가 뒤에 나온다. 열 여덟 먹은, 나보다 고작 한 살 더 많은, 아직도 어리기만 한 소녀가 자기의 정조를 팔고 돈 이십 전을 원하는 것이다. 참으로 지저분한 세상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 따위 돈 이십 전이 무엇이기에 그 짓을 한다는 말인가? 너무도 기가 막혀 말이다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도 그런 일이 많다는데…….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정조를 팔고라도 돈을 만지려는 자와, 정조를 빼앗기고 자살하는 부유층 사람들이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아들을 인쇄소로 보내려고 인쇄소 사람과 대화하는 부분에서 학교공부가 전혀 쓸데가 없다며 인쇄소로 보낸다는 주인공의 말에서 다시 한번 안타까운 마음이 자아진다.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내가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가슴이 아파서 그런 일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이렇게 솔직한 마음으로 독후감을 쓸 수 있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내심 너무 기뻤다. 하지만 역시 그런 인생을 사는 자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과거와 현실이 원망스럽다는 생각밖에 따로 드는 생각이 없다. 언제부터나 이런 비참한 삶들이 사회에서 소멸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