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에서의 영웅과 범죄자의 차이 죄와 벌

‘라스꼴리니꼬프’의 ‘범인’과 ‘비범인’의 개념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특별히 그것으로 나누어 인간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입장에서건 범죄는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범인‘이란 보통사람은 기존 도덕과 법률에 복종할 의무 가 있지만 ’비범한 인간’은 그런 틀을 초월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고 확신한다.
우리에게 위인이라고 불리 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범한 인간’으로 전 세계를 위한 일이라면 어느 정도의 희생을 불러올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인’, ‘비범인’을 누구의 관점에 맞추어 결정할 수가 없는 일이다. 스스로 뛰어난 사람은 자신을 ‘비범인’이라 여기고 다른 사람들은 ‘범인’이라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스꼴리니꼬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도 있다. 저번에 한 고등학생이 공원에 있는 노숙자들을 쓰레기로 여기며 도시락 폭탄을 설치한…(생략)

범인’이 아닌 ‘범인’이다. 그리고 굳이 노파를 죽이지 않고서도 홍길동처럼 훔치는 것만도 가능했을 것이다.
역사적 영웅과 범죄자는 전혀 다르다. 범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일을 저지르는 것이고, 영웅은 시대의 필요에 응하고 정의를 베푸는 일이다. ‘라스꼴리니꼬프’가 범죄자인 것은 자신의 물적 이익도 가로챘을 뿐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장만을 비추어 남의 생명을 빼앗고 끝까지 노파를 기생충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노파와 착하게 일을 하고 돌아온 노파의 여동생까지 죽인 것은 그들의 입장은 생각지도 않은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짓인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 노파였다면 그때에도 자신을 기생충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웅이 영웅으로서 취급받는 것은 그 시대에서 원하는 정의를 실현시키는데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범죄자는 시대에 필요성과 무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영웅이 일으킨 혁명 중에 사람들이 죽어도 범죄자가 살인을 저지른 것과는 틀린 것이다. 옛말에 ‘영웅을 필요로 하는 시대도 불쌍하지만, 영웅이 없는 시대도 불쌍하다’는 말이 있다. 영웅은 당시 시대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 그 스스로의 천성만으로 결정되는 일이 아니다. 범죄자도 당시 시대의 상황에 따라 생겨날 수도 있지만 영웅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해를 기친 것이 나중에는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보다 잘 자각한다면 서로에게 보다 신중하고 친밀해지며 범죄도 줄고 영웅도 줄어들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바르게 살아간다면 우리도 시대의 영웅인 것이며 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다면 살아가기에 더욱 풍족하고 편안한 삶이 될 것이다.